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한 호텔의 지하 회의실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기습적으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텔은 경주의 다른 호텔과 달리 회의실이 지하에 있어 한수원이 '비밀' 이사회를 열기 위해 해당 호텔을 섭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한수원이 전날 이사회가 무산된 이후 차기 이사회 일정을 공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수원 이사들은 '한수원 정관상 24시간 전에 별도 공지 없이 이사회 장소를 옮겨도 문제가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서로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사회는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전 8시30분 호텔 지하 회의장에 모인 13명의 한수원 상임이사(6명)와 비상임이사(7명)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이사회에서는 찬성 12표, 반대는 1표에 불과했다. 한수원 이사들은 전날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예정된 이사회가 한수원 노조와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다음 날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기로 하고 경주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노조는 차기 이사회 개최를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이사회가 시작된 지 1시간이나 지나서야 이사회 개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내부에서도 이사회 개최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한수원 노조 남건호 기획처장은 "회사 임원으로 구성된 상임이사 6명이 출근하지 않아 확인해 본 결과 외부에서 이사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수원 노조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이 결정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며 장시간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노조는 15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현장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도 공사 중단이 결정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 주민 대표 2명이 급히 경주로 올라왔으나 이사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다. 이상대 서생면 주민협의회장은 "한수원 노조와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이사회가 숨어서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한수원은 공사가 일시 중단됨에 따라 공사 참여 업체 대한 보상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6월 말 공정률이 29.5%, 사업비는 8조6000억원 중 1조6000억원이 집행됐다. 공사 관련 업체와 설계, 구매, 시공 등에 164건의 계약이 체결됐고, 계약 금액은 4조9000억원이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에 따른 비용을 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기자재 보관, 건설현장 유지 관리, 협력사 손실 비용 보전 등이 포함됐다. 한수원은 협력사
[경주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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