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중단 철회가 결정될 때까지 주민들은 한수원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간다."
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예정된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는 오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건물 안팎 곳곳에는 공사 중단을 반대하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다. 한수원 안에 배치된 10개 중대 800여명의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삼엄한 경비를 했다. 한수원으로 출입하는 정문은 폐쇄됐고, 본관 건물로 들어가는 3개의 입구도 경찰에 의해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1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을 태운 버스 9대가 한수원에 도착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400여명의 주민들은 한수원 정문 앞에서 공사 중단 반대 집회를 했다. "공사 중단이 결정되면 이사들은 각오하라", "신고리 공사 재개 자신없으면 한수원 사장은 퇴진하라"는 격앙된 소리가 터져나왔다.
주민 대표들이 이관섭 한수원 사장의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 충돌도 발생했다. 주민 대표들은 한수원 사장과의 면담이 지연되자 본관 건물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상대 서생면주민협의회장은 "이사회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방침을 철회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한수원 노조는 오후 1시30분부터 본관 1층 로비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앞서 노조는 본관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노조원 10여명이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11층 회의실을 점거했다.
노조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국책 사업의 중단은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사회가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사회에서 공사 중단이 결정되면 의결 무효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또 한수원 조직을 '마피아'로 비교해 비방한 환경단체에 대한 명예훼손 등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과 전국전력노조 등 국내 20여개 전력 공기업 노조도 유인물을 내고 "법적 근거가 없는 초(탈)법적인 국가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노조는 " 탈원전 정책은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3개월의 짧은 시간에 토론을 통한 배심원단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은 정부의 부담 회피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주민과 가진 간담회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주민들이 자율 유치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공론화를 끝내고 원전이 건설되기를 희망한다. 공사가 중단되도 주민과 근로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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