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아동보호기관의 폭행·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처벌받으면 죗값을 치르지만, 어린 시절 학대와 폭행을 당한 아이들은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갑니다.
A(31·여)씨가 딸 소중(8·가명)이가 유치원에서 폭행당한 것을 안 것은 지난해 10월께입니다.
광주 북구의 한 유치원에 다니던 딸은 유치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머리에 커다란 혹을 달고 집에 왔습니다.
머리에 손만 대도 아프다고 우는 딸은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A씨의 재촉에 입을 닫았습니다.
겨우 달래고 달래 A씨가 함께 침대에 누운 딸에게 들은 말은 충격이었습니다.
딸은 발레 수업시간에 유치원 교사가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딸아이를 안고 파르르 떨며 경찰을 찾았습니다.
해바라기센터에서 2∼3시간 조사를 진행한 경찰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아직 어린 딸 아이가 수차례 나눠 당한 폭행과 학대 사실을 한꺼번에 말하며 시간과 장소 등을 혼동해 정황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수사를 펼쳤지만, 폭행당한 영상이 찍힌 CCTV 화면이 없어 검찰은 결국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A씨는 선임된 국선변호사도 찾아갔고, 무료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리는 등 백방으로 가해 교사를 처벌할 방법을 찾았지만 되돌아오는 말은 "어머니가 발로 뛰셔서 증언이라도 받아오셔야 합니다"라는 막막한 대답뿐이었습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학부모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던 학부모들도 막상 증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발을 뺐습니다.
A씨는 좌절했습니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 내용을 통보하며 "정 그렇게 억울하시면 항소하실 수 있다"는 말만 했습니다.
A씨를 더욱 화내게 한 것은 유치원 측의 행태였습니다.
유치원 원장은 "사과라도 해달라"는 A씨의 요청에 딸을 앉혀 놓고 추궁하는 것으로 부인했고, 아이를 때린 의혹을 받은 유치원 교사는 사건이 있은 지 2∼3주 후에 처벌도 받지 않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A씨는 울화통이 치밀어 교사의 결혼식장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었고, 교사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똑같이 딸 소중이의 복수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삭이고 삭이며 참았습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듯한 소중이의 상처는 올해 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곪아 터졌습니다.
소중이는 일상생활을 하던 중 유치원 교사에게 맞은 기억을 입 밖으로 중얼거리며 경기를 일으키더니 발작을 하는 등 간질 증상을 보였습니다.
집에서 밥을 먹다가 유치원에서 교사한테 혼난 기억을 떠올리며 떨었고, 학대의 기억이 날 때면 멍하게 고개를 떨구고 계단에서 구르기도 했습니다.
간질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소중이의 입에서는 "유치원 선생님이 배를 찌르며 뚱뚱하다고 살 빼라고 했어", "이 옷은 선생님이 싸구려 같다고 한 옷이야." 등 어린아이의 머리와 마음속에 각인된 아픈 기억이 흘러나왔습니다.
병원 의사는 소중이에게 폭행과 학대의 기억 등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놀이치료와 함께 평생 간질 치료 약을 먹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소중이가 어린 나이인 탓에 간질이 계속되면 발달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A씨는 소중이가 유치원 폭행으로 병을 얻었다는 생각에 생긴 화병이 가라앉지 않아 10여 차례 심리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그는 "소중이가 폭행당한 유치원은 과거에서 다른 아이를 때렸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또 "억울한 마음에 항소해 교사를 처벌이라도 하고 싶지만, 다시 수사가 시작되면 딸이 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딸은 유치원 시절 폭행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냐"며 오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