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 사는 A씨는 지난 4일 대청호에서 몸길이 110㎝, 무게 25㎏의 초대형 물고기를 낚았습니다.
묵직한 손맛에 빠져 1시간 넘게 낚싯줄을 풀고 당기는 싸움 끝에 가까스로 끌어올린 거대 물고기는 다름 아닌 중국 원산의 백연어였습니다.
잉엇과 잉어목인 백연어는 1960년대 자원조성을 위한 연구용으로 국내에 도입됐습니다.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초식성 어종이지만, 다 자라면 몸길이 1m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 물고기가 어떻게 대청호로 흘러들었을까?
전문가들은 1970년대 전국의 강과 호수에 방류된 백연어가 대청호로 옮겨져 살아남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김효진 충북도남부출장소 내수면지원과장은 "당시 수산청에서 전국의 강과 호수 20여 곳에 새끼 백연어를 방류했는데, 자연 번식이 불가능해 대부분 도태됐다"며 "이번에 붙잡힌 백연어도 그때 방류했던 것 중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상류에 알을 낳는 백연어는 수정된 알이 오랫동안 하류로 이동하면서 부화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속이 빠르고 길이가 짧은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번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과장은 "예전에도 대청호에서 1m 안팎의 대형 백연어가 잡힌 기록이 있다"며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대청호는 플랑크톤이 풍부해 이 물고기가 서식하기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민들은 대청호에 적지 않은 백연어가 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호수에서 30여년째 물고기를 잡는 손모(69)씨는 "낚시나 그물질을 하다 보면 몸집 큰 백연어가 심심찮게 잡힌다"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1m 훌쩍 넘는 월척도 여러 번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배스와 블루길이 득실거리는 대청호에서 초대형 백연어까지 등장하면서 외래어종에 의한 수중 생태계 교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외국산 어종의 당당한 기세에 눌린 붕어·잉어·메기 같은 고유어종이 점차 자취를 감추기 때문입니다.
작은 물고기를 마구 먹어치워 '호수의 포식자'로 불리는 배스와 블루길은 이미 이곳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당국의 지속적인 퇴치사업에도 좀처럼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난달 충북도와 옥천군, 자연보호중앙연맹 충북협의회 등은 옥천군 군북면의 대청호 수역에서 외래어종을 솎아내는 행사를 했습니다.
호수 곳곳에 미리 설치해놓은 정치망(그물)을 걷어 올리는 행사였는데, 1시간 남짓 짧은 시간에 40㎏ 넘는 배스와 블루길이 잡혀 나왔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김영만 옥천군수는 "그물을 묵직하게 채운 물고기의 절반가량이 외래어종이었다"며 "물속 생태환경이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스와 블루길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식용으로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식탁에서 외면받은 뒤 강한 육식성을 앞세워 전국의 강과 하천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충북도는 망가진 수중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대청호와 주변 하천에서 10여년째 외래어종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마다 1억5천만원을 들여 어민한테서 이들 어종을 수매한 뒤 사료나 퇴비로 만들어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도는 작년까지 356t의 육식어종을 솎아냈습니다. 그러나 어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외래어종 개체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합니다.
도 관계자는 "한해 30∼40t씩을 수매하는 데도 워낙 번식력이 강한 어종이어서 밀도조절이 안 된다"며 "대대적인 포획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그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강유역환경청도 대청·보령호와 세종보, 미호·백곡천에서 해마다 배스를 솎아내고 있습니다. 잠수부가 직접 물에 들어
이 기관 관계자는 "대청호는 워낙 유역면적이 넓어 외래어종 실태조사에만 3년 넘게 소요된다"며 "올해 모니터링에 착수한 뒤 중장기 대책을 세워 보다 체계적인 퇴치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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