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돌진한 어린이집 버스 운전자 " 제동장치 문제" 주장…2명 사망
지난 5일 청주 도심에서 인도로 돌진해 12명의 사상자를 낸 어린이집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에 갑자기 가속이 붙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사고의 원인이 전자 제어장치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라는 주장입니다.
운전기사 A(57)씨가 몰던 21인승 전세버스는 지난 5일 낮 12시 26분께 청주시 서원구 사창사거리 부근왕복 8차로 도로를 운행하다가 중앙선을 넘어선 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3명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춰섰습니다.
마지막 들이받은 승용차가 20m나 끌려갔을 정도로 사고 당시 버스는 비교적 빠른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도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B씨와 C씨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보행자 1명과 전세버스 등 사고 차량 4대에 타고 있던 9명 등 모두 10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경찰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보고 버스를 세우려 했으나 갑자기 엔진 회전수(RPM)가 치솟았고 제동장치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날 사고는 통상적인 급발진 사고와 유사합니다.
급발진은 정지 상태나 운행 중에 모두 발생할 수 있고 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동차의 전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운전이 미숙해 발생하는 단순한 제동장치 조작 실수일뿐이라는 반박이 맞서고 있습니다.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6일 시내의 한 정비업소에서 사고가 난 버스 정기점검을 했다.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습니다.
중앙선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4차로로 운행하다가 갑작스럽게 속도가 붙으면서 중앙선을 넘어선 뒤 맞은편 인도를 덮쳐 노인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이날 사고가 급발진이었다고 운전기사가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사고는 통상적인 급발진 사고와는 유형이 조금 다릅니다.
버스 기사는 가속이 붙었고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버스 속도가 7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급발진 사고는 통상 차량 뒤에 장착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면서도 제동이 안 되는 것이 특징인데 사고 당시 이 버스는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급발진이 아니라 단순한 제동장치 결함이거나 운전기사의 조작 실수, 즉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가속 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법원은 전자 제어장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 3월 경기 포천시의 편도 1차로 내리막길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김모씨가 6m 폭의 하천을 뛰어넘어 맞은편 언덕에 부딪히는 사고를 냈습니다.
그는 "엔진에 부착된 전자제어장치 결함으로 차량이 급발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동차 생산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전자제어장치 결함에 따른 급발진은 검증되거나 인정된 적 없는 가설"이라며 "가속 페달을 잘못 조작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급발진은 RPM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가속 페달을 밟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가 붙는 것을 말하지만, 법원이 인정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보름 뒤 나올 것으로 보이는 국과수의 분석 결과에 따라 급발진에 따른 사고인지, 제동장치 이상이나 조작 실수인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