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과 화순, 곡성 등지의 소나무숲이 마치 가을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수십 년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던 곳인데, 지난 5월 때아닌 우박 피해로 불과 한 달여 만에 모두 메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정치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짙은 녹음이 가득해야 할 산이 마치 가을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10년 동안 애써 가꿔온 소나무도 말라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호숫가 옆 운치 있던 풍경도 적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산속에 들어가 보니 단단한 소나무 껍질이 벗겨져 붉은 속살을 드러냅니다.
솔잎은 말랐고, 여물지 않은 솔방울도 떨어져 바닥에 나뒹굽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수십 년이 족히 돼 보이는 이런 아름드리 소나무가 지난 5월 31일 우박이 내린 이후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향란 / 펜션주인
- "이런 건 처음입니다. 다시 회생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눈으로 보고 있는 순간에 자꾸 고사해가고 있으니까…."
지난 5월 말 때아닌 굵은 우박이 내리면서 상처를 입은데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양분마저 부족해 소나무가 말라 버린 것입니다.
전남 담양과 화순, 곡성 등 3개 군에 걸쳐 집계된 곳만 170ha. 웬만한 운동장 170개에 이르는 규모지만 피해 면적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형기 / 전남나무병원 대표
- "우박 피해로 인해 가지가 죽고 잎이 마르면서 수세가 쇠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어떤 해충이나 병이 올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불과 한 시간 동안 쏟아진 우박이 밭작물은 물론 울창했던 소나무 숲마저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