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58·구속기소)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65·구속기소)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다만 삼성물산 합병 사안이 중대해 사후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의 뇌물공여 등 36회 공판에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연금 의결권 부분에 대해 저한테 지시나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국민연금 의결권을 챙겨보라고 지시한 사실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당시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에게 삼성 합병 이슈는 경제수석실에서 챙길테니 고용복지수석실에서 별도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한 사실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계에서 관심을 갖고 우려하던 이슈라 상황이 끝난 후 진행 상황과 향후 경제 정책 방향을 정리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2차 독대 이후 이 부회장과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승마협회 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독대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의 승마 지원이 부실하다고 크게 질책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은 안 전 수석과 승마협회 관련 논의를 했다고 특검 조사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먼저 문자가 와서 전화를 걸어 통화하면서 (독대) 잘 끝나냐는 인사를 나눴다"고 증언했다.정유라씨(21) 승마지원 문제 등은 대화 주제가 아니였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가 "면담 잘 끝났다는 내용 때문에 전화했을 거 같지 않은데 개별 총수들이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몇몇 회장은 직접 전화하는데, 이 부회장과는 첫 통화라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끊었다"고 답했다.
5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증인 불출석 통지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첫 법정 대면은 오는 10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10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정기양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