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 오전 4시 20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슈퍼마켓에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5명과 젊은 남자 1명이 들어와 생필품을 샀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이 종업원 A 씨에게 몰래 손바닥만 한 종이쪽지를 건넸다.
이 쪽지에는 어설픈 한국말과 영어, 태국어로 "4층에 잡혀 있는 태국인이다. 도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 씨는 이 쪽지에 영어로 "112에 신고해 도와줄까"라고 적었지만 보복을 우려한 상대 여성이 고개를 가로저어 바로 신고하지는 못했다.
A 씨는 그러나 오전 8시 30분께 퇴근하면서 근처 경찰서 민원실에 쪽지를 전달했다. A 씨는 이 쪽지에 손님들이 물건을 사면서 포인트 적립할 때 썼던 휴대전화 번호를 추가로 적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 번호를 확인한 결과 유사 성매매 업소인 키스방을 운영한 전력이 있는 이모 씨(38)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슈퍼마켓 주변을 탐문 수사하기 시작했고 근처 한 건물 4층 폐업한 철학관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러는 사이 쪽지 신고를 했던 태국인 여성 B 씨는 이틀 뒤인 5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처지를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고 외국인지원센터 직원이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SNS 글에 정확한 위치는 없었지만 철학관이라는 말이 있었고 불법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경찰은 예의 주시하던 철학관이 범행 장소라는 것을 확신하고 덮쳐 성매매 업주 이 씨와 B 씨를 비롯한 태국인 여성 5명, 한국인 종업원 1명, 브로커 김모 씨(40)를 차례로 검거했다.
이 씨는 올해 3월부터 2개월가량 폐업한 철학관에서 성매매를 알선해 수천만원을 챙겼고 브로커 김 씨는 B 씨 등 태국인 여성들을 관광비자로 입국시켜 이 씨에게 소개해 1인당 300만∼5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접촉해온 성매매 남성의 신분증이나 월급 명세서 등으로 신원을 확인한 뒤 업소에 들여보냈고 평소에는 사법기관의 단속을 피하려고 안팎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한 업소 입구를 철문으로 봉쇄했다. 이 씨는 또 태국 여성들의 여권을 빼앗아 달아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경찰에서 "마사지 업소에 취업하는 것으로 알고 한국에 왔는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면서 "틈틈이 배운 한국어로 쪽지를 썼다"고
경찰에 입건된 성매매 남성 53명 가운데는 모 자치단체의 계약직 공무원 1명과 대학생 3명이 있었고 그외 대다수는 회사원이었다.
경찰은 또 성매매 업주의 휴대전화기에 있는 2만명 가량의 연락처 가운데 성매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 300여 명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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