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장에선 흔히 구직자는 '떡국'에 비유되곤 한다. 새해 첫날(12월 32일로 비유) 이외엔 잘 먹지 않는 떡국처럼 32살까지 취업하지 않으면 사실상 민간기업 취업이 힘들다는 자조섞인 비유다.
학점 등 스펙이 뛰어나도 졸업 후 공백이 길면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이다. 정부 연구 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국내 100대기업 인사담당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졸업한 지 3년이 넘으면 학점이 4.0을 넘더라도 서류 통과율이 7.8%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수생=취업필패' 공식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인드 채용을 제도화할 것을 공공기관에 주문했고 민간 기업이 도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매일경제신문이 3일 현대자동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등 주요 기업 6개사에 '취업장수생'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모든 기업이 채용에 있어서 나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이 제시하는 취업장수생을 위한 입사 전략은 무엇일까.
현대차는 졸업 후 공백기나 지원자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펙파괴 등 열린 채용을 위해 2013년 이후 지원서 항목에 사진, 수상·활동내역, 경력, 자격증 등을 기재하는 란을 없앴다"면서 "우리 기업에 대해 어떻게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연구개발(R&D) 생산·판매, 마케팅을 비롯한 직무마다 도전정신, 문제 해결력, 창의력 등 필요한 역량이 달라 지원자들이 해당 분야에 적합한 능력을 갖췄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스터디하고, 신 성장 분야에 대해 직무 능력이 있다면 취업 장수생도 현대차 취업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다. 인성과 태도 또한 주요 요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이 현대차 채용의 기준인 만큼,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화학 역시 지원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의 모든 신입사원 채용은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희망 사업부문·직무·근무지를 기준으로 전형 단계에서 최종 부서배치까지 연계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원 시 본인이 일 하고 싶은 사업분야, 잘 할 수 있는 직무를 신중히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면접은 LG화학 채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절차다. 회사측은 면접에서 회사와 사업분야 직무에 대한 이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입사 후 포부 등 열정에 대한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사업과 직무에 대한 이해와 준비된 정도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콘텐츠 외 복장과 말하는 언어도 중요하다. 회사 관계자는 "억지로 과장하는 모습보다는 단정한 용모에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취업 장수생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공백기가 길 경우 면접 질문 중 하나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그 기간을 회사 입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 잘 포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SK이노베이션의 인재상은 '신뢰를 바탕으로 도전·혁신을 추구하는 글로벌 전문가(Global Expert)'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획일화된 스펙과 면접을 통한 선발이 아닌 'Right People(적합한 인재)' 선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ight People' 선발은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비중을 높이고, 면접에서는 직군별로 필요한 자질과 역량은 물론 직무적합성까지 다각도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은 취업준비 기간을 역량 평가의 척도로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백기 동안에 직무 관련 아르바이트·인턴 등의 경험이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이미 스펙을 보지 않고 직무능력만을 평가하는 '스펙 테클 오디션'을 시행한 바 있다. 여성인재와 국가기여형 인재 특채, 장애인 특채 제도를 시행해 취업 준비기간에 따른 불이익을 원천 봉쇄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취업 준비기간 동안 지원자는 재무 회계 등 전문지식을 요하는 직무의 경우는 해당 자격증 취득을 하거나 글로벌 역량을 위해 어학능력을 채워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공백기와 나이에 관계 없이 지원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경험을 한 지원자를 우대채용한다. 지난 2013년부터 학력,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등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직무역량을 강조하다 보니,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사람 중 수도권 대학을 제치고 부산대가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많이 쓰기보다는 지원한 회사 및 지원한 분야에 대한 본인의 진정성 및 준비해온 모습들이 잘 표현되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봉사활동, 복수전공, 인턴십 경헙 등 다양한 활동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연관시켜서 산업 및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내용에 잘 녹여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면접 시에는 본인이 지원한 분야에 대해 어떻게 공부했고,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등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신있게 잘 표현해야 한다"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의욕이 너무 앞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채용 시 연령 제한이 존재하지 않은 만큼 본인이 자기소개서에 직접 기재하지 않는 이상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의 나이를 알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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