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상태였고, 계획된 범죄는 아니다."
인천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유기한 A양(17)측이 범죄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계획범행은 부인했다. A양이 범행 전 공범에게 '사냥 나간다'고 보낸 문자 등도 공개됐다.
A양 변호인은 15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범죄사실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아스퍼거증후군 등 정신병이 발현돼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A양이 범행 전 외출할 때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다른 라인 건물의 승강기를 이용해 아파트에서 빠져나온 후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 어른으로 위장하기 위해 어머니 선글라스와 우산을 쓰고 여행용 가방을 들고 외출한 점, 시신유기후 잠옷으로 갈아입고 범행 직후 시간대에 1층에 내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당일 외출하지 않은 것처럼 알리바이를 꾸민 점 등을 근거로 계획된 범죄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A양 변호인은 "피고인이 환청을 들었고 자신을 나타내지 않기 위해 (어른으로) 변장하고 20분간 밖에서 진정하던 중 피해 학생이 먼저 접근했다"면서 "B양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피고인의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으로 느끼고 범행했다"고 말했다. A양 변호인은 "정신감정 결과에 따라 살인 범행 당시에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전•후에는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다"면서 "검찰 측이 주장하는 계획범죄도 아니고 유인범죄도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A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한 놀이터에서 B양(8)을 자신의 아파트로 유인해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뒤 아파트 옥상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훼손한 사체 일부를 공범 C양(19•재수생•구속기소)에게 건넨 혐의도 있다. 기소 전 검찰은 A양에 대한 정신감정을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의뢰해 '조현병일 가능성은 작고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을 받고 심신상실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이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자폐성 장애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인지능력과 지능이 정상 수준이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통 등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A양이 C양과 범행 전후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일부도 공개됐다. A양은 범행 전 C양에게 '사냥 나간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B양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에는 '집에 왔다. 상황이 좋았다'고 다시 메
A양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C양 재판은 오는 23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C양은 A양과 공범 관계이지만 사건이 병합되지 않아 따로 재판을 받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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