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창조가 아니라 진화의 역사입니다. 네이버나 페이스북도 진화에 실패하면 싸이월드처럼 이용자들 외면을 받아 결국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로 불리는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피플스노우 대표(51)는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말 서울대에서 열린 '창업 CEO 특강'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용자들 욕구는 끊임없이 변한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 트렌드를 원하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기업수명이 더 짧아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이용자수가 2000만명을 웃돌며 전성기를 누렸던 싸이월드가 꼬꾸라진 것도 "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자성했다. 당시 SNS의 흐름이 단순히 사람을 끌어모으는 '방문(Visit)'에서 이미 서로 정보나 의견을 주고 받는 '피드백(Feedback)' 시대로 진화하고 있었지만 싸이월드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페이스북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검색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네이버도 다른 검색 플랫폼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개입해 정보를 선별해 보여주는 포털 형식의 검색사이트는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공개된 알고리즘을 통해 투명하게 작동하는 검색엔진에 밀릴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선 야후가 구글에 대체됐고, 시나닷컴을 밀어낸 바이두가 중국 검색시장을 평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내부지침에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스노우랭크'처럼 구글과 비슷한 검색엔진이 나왔지만 살아남진 못했다"면서도 "포털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형태 서비스는 반드시 다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스노우랭크를 개발한 신생업체 '첫눈'이 다크호스로 주목받았지만 네이버가 350억원에 사들여 사실상 사장시켜 버렸다.
SNS분야 최강자인 페이스북도 언제까지 승승장구할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페이스북이 최근 가상현실(VR) 업체 오큘러스 등 신서비스 업체 인수합병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내부에서 활로를 찾지못해 진화를 멈춘 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눈동자를 추적하는 기술을 보유한 덴마크 스타트업 디아이트라이브(The Eye Tribe)를 사들였다. 이런 노력에도 최근 10대 이용자 숫자에서 '제2의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스냅챗에 속절없이 밀리는 이상징후도 보인다. 이미지 소통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해 사진과 동영상 공유를 특화한 스냅챗은 2013년 페이스북의 30억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거절한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창업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도토리','일촌','파도타기' 등 신조어를 낳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후 검색서비스로의 강제 전환 등 패착을 둔데다 모바일 시대 소비자 트랜드를 읽지 못해 추락을 거듭했다. SK컴즈는 지난 2014년 '싸이월드'를 분사했고, 지난 3월에는 자진 상장폐지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시장의 진정한 주인은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임을 깨달았다. 수십조~수백조원에 달하는 닷컴 기업의 몸값도 기업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결국 사용자수 몸값이라는 것을 경영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진화한 서비스(페이스북)가 나타났을 때 그 이전 서비스(싸이월드)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싸이월드의 쇠락을 통해 시장의 주인은 사용자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날 '살아있는 SNS전설'의 조언을 듣기위해 서울대를 찾은 수백여명 예비 창업가들에게 그는 달콤한 사탕발림 대신 쓰디쓴 충고를 쏟아냈다. 그는 "창업은 언제든 내릴 수 있는 버스가 아니라 한번 추락하면 빠져죽는 배에 타는 것과 같다"며 "모든걸 다 걸고 몰입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창업은 사업 초기부터 성장곡선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식으로 하거나 되돌아갈 곳을 먹저 생각하면 이런 시련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도 LG CNS에 재직하면서 회사지원으로 카이스트에 다니는 '안락함'을 얻었지만 모두 포기하고 창업이라는 망망대해에 뛰어들었다. 싸이월드가 창업 초기 2년여동안 성장하지 못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는 등 정체기에 빠졌을 땐 "월급나올때가 좋았다. 돌아가면 회사에서 받아줄까라는 생각을 종종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생에 영원히 정착할 수 있는 편안한 '항구'는 없다"며 "내가 떠난 회사 역시 돌아갈 수 있는 항구가 아니라 내가 내린 '배'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창업은 창조가 아니라 진화에 그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시장에 있는 것을 무시하고 완전한 창조물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패하기 딱 좋은 태도"라고 말했다. 이미 나와있는 서비스들을 어떻게 진화시켜서 어떤 타이밍에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기존에 있던 기능을 조합해 적시에 아이팟, 아이폰 등 제품을 내놓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예를 들었다. 이 대표는 "그가 위대한 이유는 창조를 잘해서가 아니라 기존 제품을 진화시키고 고객이 그 제품을 선택해주는 타이밍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창업자는 불확실성에 도전하면 안된다"면서 "딴사람은 불확실하고 나는 확실할 때만이 창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콜럼버스만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는 확신을 갖고 남들이 가지 않은 서쪽을 향했다"고 말했다.
지금이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라는걸 다 알지만 실제 인공지능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직접 배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만이 투자를 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현재 초기 창업자들에게 자금 구성원 사업모델 등을 조언하는 스타트업 멘토 협동조합인 '피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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