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과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강주수 인천평화복지연대 대표와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18일 인천지검에 조 회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업무상배임)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피고발인은 조 회장, 최 총장, 인하대 전·현 사무처장 등 4명이다.
고발인들은 "피고발인 4명이 공모해 인하대 적립기금을 손해가 예상되는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에 사용했고, 한진해운 파산 선고로 130억 원이란 막대한 손해를 대학에 입혔다"면서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에 따르면 인하대는 적립금 1141억 원 가운데 총 185억 원을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에 사용했다. 2012년 7월 50억 원을 시작으로 2015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185억 원의 회사채를 매입했다. 이 가운데 2014년 4월과 5월 매입분 55억 원은 2015년 6월 회수했으나 13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선고로 휴지조각이 됐다.
고발인들은 크게 두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한진해운 회사채가 부실 채권이란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매입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14년 당기순손실 6130억 원, 2015년 당기순손실 563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6~7월은 글로벌 쇼크와 유동성 위기로 조선과 해운업 업종은 투자를 기피 업종으로 평가되던 시기였다.
고발인들은 이를 근거로 대며"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해도 만기 회수가 불가능하고 채권시장에 중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회사채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들은 최 총장이 한진해운 회사채를 2차례 추가 매입(2015년 6·7월)할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었던 조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를 맡고 있었고, 자금난에 시달리던 차에 같은 계열사인 인하대에 재투자를 종용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두번째로 고발인들은 인하대 기금 투자가 투자관리지침서 무단 개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채 투자 가능 채권의 범위를 종전 'A-'에서 '투자적격등급(BBB-)'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고발인들은 "투자관리지침서 제·개정은 기금운영위원회 심의·의결 사항이지만 위원회 의결 없이 무단으로 개정했다"면서 "투자관리지침서를 무단으로 개정한 2014년 7월은 한진해운의 향후 신용등급이 'BBB-'로 하락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던 시기였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 신용평가등급은 2012년 'A-'에서 2014년 'BBB', 2015년 'BBB-'로 하락했다.
고발인들은 "당시 한진해운의 재정상황, 유동성 위기 등을 고려할 때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피고발인들은 2015년 2월 최 총장 취임 이후에도 80억 원의 회사채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했다"면서 "이 뿐만 아니라 5% 이상 하락시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도하도록 한 규정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발인들은 "피고발인들의 배임행위로 130억 원이란 막대한 손해를 대학이 입게됐다"면서 "누구 하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한진그룹은 "인하대 채권 투자의 경우 재단 허가가 필요 없는 자체 결정 사항으로 대학 재단과 재단 이사장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적립금 일부를 채권 등 유가증권 취득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인하대는 적법하게 투
기금운용위원회 절차를 무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교학부총장(위원장), 본부 처장, 팀장, 관련학과 교수 2인으로 이뤄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운용범위 및 운용대상 상품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했고, 투자자문회사의 분석을 토대로 행정절차에 따라 투자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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