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비극에도 교훈은 없다` 카페리형 화물선 과적문제 여전

↑ 카페리형 화물선에 화물차 기사들이 몰래 타고 있는 모습. 이 기사들은 정원을 초과해 화물선에 탔으며 승선 기록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출처 = 부산경찰청]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았던 선박 과적 문제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제주, 제주∼목포·진해를 운항하는 카페리형 화물선 8척 가운데 7척이 상습적으로 정원을 초과해 운항하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일부 선사 직원은 뒷돈을 받고 화물차를 몰래 실어주는 등 안전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
5일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선박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과 제주 지역 5개 선사와 선박 안전관리 책임자, 선장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부산∼제주, 제주∼목포·진해 노선에 카페리형 화물선 7척을 운항하는 이 선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차례에 걸쳐 승선인원인 12명보다 최다 17명이나 많은 인원을 태우면서 여객 대장에 기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모 선사의 예약담당 직원 김모 씨(42)는 2015년 1월부터 1년간 44차례에 걸쳐 화물차 차주에게서 1건에 47만∼50만원, 모두 2128만원을 받고 화물차를 배에 몰래 실어준 혐의(업무상 배임)도 받고 있다.
이처럼 정원을 초과하거나 화물차를 추가로 선적하면 안전 운항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여객 대장에 관련 기록을 누락하면 사고가 났을 때 실제 승선인원이 파악되지 않아 구조나 구난에 혼란을 줘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선사는 영업 차질을 우려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는 화물차 차주의 무임승차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선적 화물과 인원을 관리해야 하는 선장과 일등 항해사는 선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등 항해사 A 씨(46)는 경찰 조사에서 "출항 전에는 화물 선적과 고박(고정)을 챙기느라 승선 인원에 대해 신경 쓸 틈도 없다"며 "사실 정원을 얼마나 초과해 태웠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승선 인원을 초과해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등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걸리면 벌금만 내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일부 선사에서는 벌금을 대납해주고 있어 법령에 의한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련 부처와 협력해 처벌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해사안전감독관 등 현장 책임부서의 점검과 단속 강화를 요구해 유사 위반 행위의 재발 방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부산 = 박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