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64)이 28일 법정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으로부터 인사청탁 관련 전화를 받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61·구속기소)와 안 전 수석의 2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황 회장은 민간 기업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KT는 청와대 요구에 따라 최씨·차은택 씨(48·구속기소)의 지인 신혜성·이동수 씨를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씨와 차씨가 운영한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대 광고 일감 총 7건을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황 회장에게 직접 최씨 회사 이권에 관련된 사업 제안서 2건을 건네면서 "검토해달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 회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기업에 임원 채용과 보직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았다"고 쓴 소리를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이 건네준 문서의 내용도 "너무나 터무니 없고 모든 것이 수준 이하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업하는 입장에서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관심사안'이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시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같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61)도 플레이그라운드나 최씨 지인 업체 KD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게 된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부탁한 것이어서 무겁게 와 닿았다"며 "명백한 하자가 없는 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54·구속기소)의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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