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의 한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부모의 소득과 직업은 물론, 거주하는 집이 월세인지 전세인지까지 적어 내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어려운 학생을 선별해 장학금을 주려고 했다는데, 하지만 정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요?
이재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오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전체 8백여 명의 학생들에게 발송한 가정통신문입니다.
학생 생활 기초 조사서라고 쓰여 있는 통신문에는 부모의 직업은 물론 소득까지 써 내게 돼 있습니다.
자신의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월세라면 보증금이 얼마인지도 묻습니다.
이를 받아본 학부모들은 부모의 재력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우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 인터뷰 : 해당 학교 학생
- "저희 엄마도 같은 생각 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물어본다고…. 저희 집은 못 사는 편은 아닌데 좀 불편하긴 했죠."
▶ 스탠딩 : 이재호 / 기자
-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이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다시 거둬들여 폐기했습니다."
학교 측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별해 장학금을 주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학부모들에게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 인터뷰 : 해당 학교 교사
- "아이들한테는 미안하고요.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을 빨리 파악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실제로 문제가 빚어진 학교에서는 매년 교사들이 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설사 좋은 취지였다 하더라도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재호입니다. [ jay8166@mbn.co.kr ]
영상취재 : 이준희 VJ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