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운영 과정에 관여한 데 대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혀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두 재단은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농단을 저지른 창구로 지목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두 재단은 문화·체육 융성을 위한 국정수행의 일환"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헌재는 달랐다. 검찰이 헌재 판단을 근거로 재단 의혹을 강도높게 수사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재판에서 "헌재도 삼성이 강요의 피해자임을 인정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삼성이 재단에 출연한 거액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했지만 헌재의 판단은 이와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 재단 출연 강요·뇌물?
헌재가 이날 대통령 탄핵사유로 제시한 '기업의 재산권 침해'는 지난해 11월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밝힌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뇌물죄를 적용한 특검 수사 결과는 반영하지 않았다. 특본은 최씨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박 전 대통령을 재단 불법 설립·모금 등을 공모한 피의자로 입건한 바 있다..
헌재는 "대통령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에게 재단설립을 지시해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았다"며 "두 재단 운영 관련 의사결정은 대통령과 최씨가 했고, 출연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재단을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이익을 취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은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고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업(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재단에 출연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와는 충돌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도 내놓는다. 헌재가 특검 수사 결과를 증거로 삼지 않은 것은 '대통령과 최씨가 기업 돈을 걷은 목적이 무엇인지'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대통령에게 강요당한 피해자인지, 뇌물죄 공범인지'를 무게 있게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과 특검의 엇갈린 혐의 적용은 추후 법정에서 따져보고 판단할 문제가 됐다.
◆ 만장일치로 논란 불식
이날 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 결정을 내린 것도 인상적이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엇갈린 판단이 나올 경우 벌어질 혼란과 갈등을 막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고를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향판인 김창종 재판관(60·12기)이나,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조용호(62·10기)·서기석(64·11기) 재판관이 기각 의견을 가졌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91일 간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통일된 의견을 도출해냈다.
이날 재판관 3명은 추가로 보충의견을 냈다.
김이수(64·사법연수원 9기), 이진성(61·10기)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헌법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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