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한복판의 사방이 철도로 둘러싸여 진동과 소음에 고통받는 동네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다.
철길로 인해 동네는 조개 졌고, 불이 나도 소방차조차 들어올 수 없다고 합니다.
철길을 갇힌 마을을 안진우 기자가 직접 가봤습니다.
【 기자 】
2천여 세대가 모여 사는 부산 도심 한복판의 한 마을입니다.
굴다리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자 철로와 맞닿은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방음벽도 없어 밤낮없는 기차 소음과 진동은 종일 계속되고, 주민들은 잠을 설칩니다.
▶ 인터뷰 : 주성기 / 마을 주민
- "(기차가)지나가다 시끄러우면 또 일어나고 잠을 자도 잠이 잘 안 오고…."
마을 출입구인 굴다리가 낮아 불이 나도 소방차조차 진입할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안종률 / 마을 주민
- "(마을 출입구가) 낮아 철길이 지나가니 (입구가) 낮아 (소방)차가 못 들어옵니다."
이 지역은 경전선과 동해남부선, 가야선이 오가면서 겹쳐지는 삼각형에 동네 자체가 갇혀 있습니다.
여기에다 경전선 복선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시속 250km에 달하는 KTX 3세대 고속열차가 지나가게 된 겁니다.
기차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마을을 지나는 2.2km 구간의 지하화를 요구했지만, 사업자 측은 기존 철로를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정근 / 부산도심철도지하화 추진위 상임위원장
- "(도심철도가 지하화되지 않으면) 지역의 경제 발전, 앞으로 100년 동안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지상 철도를 없애면 경제적인 부수 효과는 수십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철길에 갇혀 고립된 주민들, 소음과 진동에 이제는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MBN 뉴스 안진우입니다.
영상취재 : 최진백 VJ
영상편집 : 신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