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전공을 복수전공·부전공의 형태로 배우려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늘어났지만 공학전공을 배울 기회를 얻은 인문계열 학생은 줄었다. <자료제공=서울대학교>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공과대학은 최근 관계자 회의를 열고 인문계열 학생들의 공학전공 수강을 촉진하기 위해 공학전공 수업을 인문계열 학생이 듣는 경우 문·이과를 구분해 성적을 부여하는 방안 등의 공학수업 학점·성적처리 개편 방안을 이르면 내년초부터 적용한다고 11일 밝혔다.
기존에는 인문계열 학생이 공학전공을 복수전공·부전공을 하거나 소속학과에서 전공학점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이상 졸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일반선택 과목으로 학점이 인정됐다. 교수 재량의 영역인 성적처리 또한 문·이과 구분 없이 전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상대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경영대 관계자는 “공대가 인문계열 학생들의 공학전공 수강을 위해 공통필수과목의 형태로 공학기초에 대한 과목을 개설하거나 기존강의에서 커리큘럼을 설계해서 문·이과 학생들의 성적을 별도로 산출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남익현 경영대 학장은 이건우 공대 학장을 만나 문과생들을 위해 공학 전공수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여러 방안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고 이 학장이 이를 수락함으로서 이번 개편안이 추진됐다. 남 학장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을 배울 기회를 주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도 나올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학점에 민감한 점을 고려해 전공학점으로 인정해주거나 문과학생도 노력하면 A학점이 불가능하지 않은 인프라를 구축해 주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공학을 배우려는 문과생들이 공대로 몰려가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발생했던 상당수 문제점들이 이번 개편안을 통해 해소될 전망이다. 올해 1학기 공학전공을 복수전공·부전공으로 신청한 인문계열 학생 45명 중 43명이 선발됐으나 2학기의 경우 인문계열 65명 중 단 14명(21.5%)만 심사에 합격했다. 이건우 공대학장은 “복수전공·부전공하는 학생들을 감안해 학과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지금처럼 학생만 늘어나면 부담이 된다”며 “가능한 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의 대상인 인문계열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음 학기에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을 신청할 계획인 이다혜씨(여·22)는 “아무래도 기존처럼 공대생과 같이 듣다 보면 수업 난이도와 학점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다”며 “학점 인정이 어떻게 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문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개편안의 취지에 동감했다. 한편 지난학기에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에 선발된 이기웅씨(24)는 “학점이 잘 안나와도 직접 이공계 학생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능력이 신장될 수 있고 거꾸로 이과 학생들도 인문학 전공을 들을 때 성적을 따로 매겨달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며 “방학에 단기로 문과 학
개편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경영대와 공대 교수가 함께 구성한 태스크포스에서 정해진다. 해당 태스크포스에서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만들면 경영대·공대 전체 교수회의에 상정해 처리될 예정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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