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주면 10만 원"…장애인 명의 사들여 지하철 자판기·매점 장악

【 앵커멘트 】
지하철 자판기나 매점 운영권은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우선 주어집니다.
이런 사실을 이용해 1만개의 장애인 명의를 사들여 자판기 사업을 독점 운영을 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박준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화상 후유증으로 1급 장애판정을 받은 박 모 씨.

지난 6월,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에게 장애인 증명 서류를 건네고 10만 원을 받았습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명의 제공 장애인
- "자동판매기 운영하는데 인감만 주면 10만 원을 준다고 돈 좀 벌 생각 없냐고 그래서…."

이유는 서울 지하철역 자판기·매점 운영 사업자 응찰.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우선 선발 조건이다 보니 주민센터 등에 광고를 내고 장애인 명의를 모집한 겁니다.

▶ 인터뷰 : 장애인 단체 관계자
- "정상인이 매점을 운영해야 하잖아. 만일 그 사람이 2백만 원을 번다고 하면 장애인 수급자에게 돈을 얼마 떼주게 제도가 돼 있어."

51살 임 모 씨 등 자판기 업자 6명은 이렇게 모인 명의 1만 개를 15억여 원에 사들였습니다.

이들 명의로 응찰해 따낸 자판기·매점 운영권만 전체 256개 중 230여 개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장애인 명의를 이용한 불법 응찰이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입니다.

▶ 인터뷰 : 장애인 단체 관계자
- "올해가 처음으로 그런 게 아니고 서류 하나가 2만~3만 원 하다가 10년이 지나서 10만 원이 됐어."

경찰은 임 씨 등 자판기 업자 6명과 장애인 단체 관계자 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양현철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