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들이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 유령법인을 만들고, 이 법인을 이용해 수백억 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돈을 주고 이름을 빌려오는 모집책 중에는 전직 경찰도 있었습니다.
배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택시 운전을 하다 건강 문제로 쉬고 있던 정 모 씨.
어느 날 자신의 명의로 된 회사의 미납세금 4억 원을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당황한 정 씨는 가까스로 2년 전 자신을 찾아왔던 전직 경찰 59살 이 모 씨를 떠올렸습니다.
▶ 인터뷰 : 정 모 씨 / 피해자
- "처음에는 대출 관계 때문에 그래서 만나보니까 사업자 (명의)를 만들어주면, 이렇게 해서 용돈을 주고 할 테니까 (명의를 빌려달라고 했다)."
이 씨 등 일당은 이렇게 빼돌린 개인정보로 유령업체를 만들고, 업체 이름으로 카드 결제단말기 수백 대를 확보해 의류판매상들에게 넘겼습니다.
의류 판매업체들은 세금과 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15%를 부담하는 대신 유령법인에게 수수료 10% 정도를 냈습니다.
세금을 빼돌린 업체 중에는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이 씨 일당이 챙긴 수수료만 2백억 원, 빼돌린 세금도 최소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인터뷰 : 박 준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2계
- "전자결제대행업체 뒤에 숨을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실시간 감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범죄 행위를 하게 된 것입니다."
경찰은 일당 25명을 체포하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습니다.
MBN뉴스 배정훈입니다. [ baejr@mbn.co.kr ]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