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지난 3일 보건당국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2세 딸 아이가 메르스 자가격리자라는 통보였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가격리 기간이 이미 지난달 30일 끝나 이제는 격리 대상자에서 해제됐다는 것이다. A씨는 “보건당국이 격리기간이 끝난 후에야 대상자였다고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본인이 자가격리 대상자인 줄도 모르고 활보했던 사람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았겠냐”고 했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평택 일대를 중심으로 자가격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자격격리를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자가격리 돼야 할 사람에 미리 알려 이들의 도심 활보를 사전에 막았어야 함에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가격리자가 의심환자로 전환돼 병원으로 부를 때에도 “알아서 찾아오라”는 식인 경우가 많아 보건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평택 시민 B씨는 지난 4일 보건당국으로부터 “메르스 의심환자로 전환됐으니 서울 모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자가격리대상자로써 자택에서 칩거하고 있었던 그는 “당장 오라”는 통보에 급히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의심환자라면 병원으로 부를 때 철저한 방역을 위해서라도 ‘알아서 오라’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냐”라며 “운전해주신 택시기사는 무슨 죄냐”고 했다.
실제 일선 보건소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 역력했다. 5일 기자와 통화한 평택보건소 관계자는 “격리조치와 통보는 지침이 보건소가 아니라 복지부 차원에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다”며 무성의하게 번호 하나만 건낼 뿐이었다. 담당자 번호라고 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이 번호 알려주면 안 되겠지?”라는 목소리가 사실을 의심케 했다. 실제로 건내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거니 담당자 번호와는 무관한 민원인 안내 대표번호였다.
보건당국의 격리자 관리 소홀 뿐만 아니라 대상 선정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보호자가 24시간 있었는데도 이들은 격리대상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환자가 입원한 병력이 기록된 사람만 격리대상인지라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사람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보호자는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실제 평택 거주 주부들이 활동하는 대형 인터넷 카페는 이러한 격리 대책의 이러한 허점을 둘러싸고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격리대상자 관리가 이 모양이니 알아서 밖을 나가는 걸 지양할 수밖에 없겠다”,“자가격리나 의심환자 분류 기준이 명확치 않으니 이런 것 아니냐. 누굴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는 등 불만이 쏟아졌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자가격리 같은 부분은 짧은 통화나 문자로 통보해선 안 되고, 자세한 안내를 통해 그 내용과 중요성을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구급차를 통해야 하고, 구급차량이 없다면 보건소 직원이라도 동행해 안전조치를 취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 관리 부실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력을 적극 동원키로 했다. 보건당국이나 경찰의 격리조치에 불응할 시 경찰
[백상경 기자 / 김시균 기자 / 안갑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