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베일속에 가려졌던 주한미군기지가 청문회를 앞두고 그 현장이 공개됐습니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치유했다는 미군 측 말과는 달리 기지 곳곳은 기름과 중금속으로 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이혁준 기자가 집중 보도합니다.
지난 5월 말 우리 정부로 반환된 파주 에드워드 기지입니다.
지하수에 유출된 기름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해보니 기름층이 무려 1m에 이릅니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봤습니다.
이혁준 / 기자
-"유류탱크 주변에서 2m 깊이까지 파낸 흙입니다. 굳이 더 깊이 파내지 않아도 흙에서는 기름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이곳에서 유출된 기름에 불을 붙여보니 활활 타오릅니다.
유류저장탱크와 수송관이 부식돼 기름이 지금도 계속 유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지켜본 한 국회의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이 발견됐다며 침통한 표정입니다.
또 다른 미군기지.
오염상태는 더욱 심각합니다.
에드워드 기지와 함께 반환된 의정부의 카일 기지에서는 지하수에서 시커멓게 변한 기름이 나왔고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버려 둔 실외기는 냉각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존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가 그대로 유출됐습니다.
지난 4월 중순에 반환된 하우즈 기지는 기지 바깥에서 땅을 파보니 기름이 줄줄 새나옵니다.
인터뷰 : 김용석 / 김진표 의원 보좌관
-"이런거 빨간층... 이런건 기름이네요."
이 기지는 이미 지난 99년과 2000년 두차례 1천리터의 기름이 부대 밖으로 유출된 바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군기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발암물질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어 불안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 김두만 / 경기북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인근 주민들이 펌프를 이용해 식수를 공급 받았을때는 기름덩어리가 나왔습니다. 전혀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죠."
전문가들은 유류탱크와 같은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을 치유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 이진용 /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기름 냄새와 지하수 기름층을 볼때 오염 상태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체에 노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매우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미군기지 반환절차가 밀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져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한미FTA처럼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 우원식 의원 / 반환기지 현장조사단장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거의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가 매우 어려운데...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환경부, 외교부가 굉장히
분단이라는 상황 때문에 내줘야 했던 미군기지를 지금에서야 돌려받긴 했지만, 기름과 중금속으로 범벅이 된 땅 앞에 우리의 환경 주권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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