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첫걸음이었던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내일(27일)로 3주년을 맞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향해 힘찬 한 발을 내디뎠던 한반도 정세는 3년이 흐른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국의 대북정책, 정권 임기 말이라는 국내 정치상황 등 각종 불확실성에 발이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2018년은 남북미 세 정상이 톱다운 방식(하향식)의 정상외교를 본격화하며 한반도 정세가 희망찬 격변기를 통과한 해로 평가받는데, 그 첫 단추가 바로 4·27 1차 남북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당시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두 정상이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후 북미 간 비핵화 논의의 토대가 됐습니다.
그해 5월 26일 '깜짝'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에서의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재인 정부는 중재역과 촉진자로 활약하며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 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갔습니다.
또 4·27 정상회담에서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은 그해 9월 18∼20일 평양 방문으로 이어지며 한 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역사적인 기록을 써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 정세는 교착국면에 빠지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1년간은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이 쌓이며 남북관계는 경색됐습니다.
4·27 판문점선언의 결실 중 하나였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해 6월 북한의 일방적인 폭파로 공중 분해됐고, 작년 9월에는 서해상에서 남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예상 밖 악재까지 발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직후 이례적으로 남쪽에 직접적인 사과 메시지를 냈고, 남북 두 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사실도 작년 9월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작년 10·10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언급하는 등 북한은 남북관계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관계를 적극 진전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공개될 때까지 미국과 한국에 관망모드를 취하고, 대신 중국·러시아와 친선관계를 부쩍 강조하며 미중 갈등의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대내적으로 올해 초 제8차 당대회와 당 전원회의를 잇달아 연 뒤 경제난 극복과 내부 결속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상반기 남북관계 복원, 하반기 평화프로세스 본궤도'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시간표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를 연결고리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나 백신·치료제 지원 등 다양한 남북 협력 구상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일절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코로나19 보건 위기 속 선수 보호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까지 선언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 반전을 도모하던 정부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남북관계를
다만 북한이 '선대선 강대강' 원칙을 천명한 만큼 조만간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마지막으로 조율할 수 있는 내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 반전의 마지막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