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야권의 '토너먼트식' 단일화 경선의 첫 단추가 끼워졌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바깥에서 먼저 1대1 경선을 치르고 국민의힘 후보가 나오면 최종 단일화를 이루자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의 이른바 '제3지대 경선'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입니다.
안 대표는 오늘(3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금 전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100% 받아들인 것입니다.
금 전 의원도 안 대표 회견 후 입장문을 통해 "결단을 환영한다"며 "적어도 설 전에 치열하게 토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안 대표가 '최선'이라 강조해온 국민의힘 본경선 참여를 포기하고 제3지대 경선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국민의힘과의 '원샷' 통합경선을 치르든 토너먼트식 경선을 치르든 결국 최종 단일화만 성사시키면 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경선 참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단일화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선 판을 계속 흔들 필요가 있다는 현실 인식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채 개방형 통합 경선을 치르자고 줄곧 제안해 왔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안 대표 예상대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중진들과의 연석회의에서 "국민의힘 후보 선출까지 단일화 논의는 없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당내 경선이 끝나는 3월 4일까지 빗장을 걸어 잠근 셈입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후보와 제3지대 후보의 최종 단일화를 3월 초에 반드시 이뤄내자는데 완벽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안 대표는 오전 9시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연석회의 시작 30분 후의 '시간차' 회견을 통해 제3지대 경선을 통 크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자존심을 챙긴 모양새를 만들었습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오는 4일 회동해 단일화 룰을 논의하고, 이르면 이달 초중순부터 경선 토론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편, 두 사람 모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까지 포함하는 단일화는 일단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소속을 '범야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안으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