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기(핸드폰)은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전자책을 이용하면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공부하기도 편리합니다"
북측 한 참석자가 자신이 구상한 사업 아이템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북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0년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조선익스체인지가 지난 5월 평양 인민대학습당에서 진행한 기업가 정신 워크숍 현장의 모습입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었던 북측의 모습과는 다른 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강사들의 강연 내용을 열심히 필기 하며 강연 내용에 집중하는가 하면 사업 아이템을 두고 옆자리 참석자와 의견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한 참석자는 전자책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하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컴퓨터나 손전화는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는다. 이런 전자책을 이용하면 충전해서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소학교나 중학교 대학생들이 전자책이 있으면 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공부하기 편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말투로 연단에서 서서 발표하는 모습도 크게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려는 듯 조선익스체인지 강사들은 "정부가 비행장을 임대할 때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외국인 강사의 말을 통역하면서 강의를 진행했지만 수상팀을 발표하는 대목에서는 통역사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등 간단한 영어 의사소통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듯 보였습니다.
교육의 백미는 조별토론이었습니다. 강사가 "조별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하자 팀원들이 상표로고를 직접 그려보고 제품을 어떻게 브랜드화할 것인지를 두고 머리를 맞대기도 합니다. 과제로 주어진 팔찌 상표로고를 그려서 조원들에게 설명하는가 하면 다른 조원들도 각자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제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 참석자는 "우리로 말하면 도매기업소"라며 북측의 현 상황에 접목해 보려고도 했습니다.
북측 참석자가 그린 한 로고에 대해서 조선익스체인지 한 강사는 "이렇게 창조적인 도안을 내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 적극적으로 참가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달라진 점은 또 있습니다. 북측에서는 흡연문화가 아직까지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도 실내에서 담배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을 보면 실내에 금연표시가 붙어있는 등 최근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려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을 제공한 조선익스체인지 이안 베넷(Ian Bennett) 프로그램 매니저는 향후 남측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데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제재 완화 이후 개성공단이 남북 스타트업 협력을 위한 최적지로 떠오르는 등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최근 '개성공단을 활용한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을 마련해 각계각층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행사를 진행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공단 인프라를 활용한 남북 스타트업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로 향후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업 등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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