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측 시범철수 대상 GP를 폭파하는 장면 |
군은 지난 17일 북한 GP 검증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방부와 합참은 금번 시범 철수한 북측의 GP가 감시초소로서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하여, 불능화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북한 GP의 지하시설은 출입구 부분과 감시소·총안구 연결 부위가 폭파되거나 매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12일에 GP 철수 검증을 위해 북한 지역을 다녀온 뒤 "우리측 검증반은 충실한 현장검증을 위해 레이저 거리측정기, 원격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활용해 북측의 지하갱도 등 주요 시설물의 파괴여부 등도 철저히 확인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의 GP가 이처럼 지하 시설물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감시초소 뿐 아니라 병력을 대기시키는 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의 소식통은 "북한의 GP 지하는 우리측과 다르게 매우 넓게 만들어졌다는 게 정보와 작전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병력을 수용하고 보급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준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는 GP를 폭파하는 사진을 보면 남측보다 북측이 훨씬 폭발 규모가 크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남측 GP는 지상 시설물에만 폭약을 설치하면 되지만 북한은 지하 갱도에까지 폭파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측은 GP의 지상 시설 일부가 남아있을 정도로 폭발이 약하고 연기만 자욱한 데 반해 북한은 완전히 붕괴시킬 정도의 폭발력을 필요로 했다.
↑ 북한GP를 폭파하는 모습. |
북한이 지하를 병력 집결과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것은 1970년대에 발견됐던 '남침 땅굴'을 연상시킨다. 비무장지대보다 훨씬 남쪽의 민간 지역까지 뚫어 놓은 땅굴은 단시간내에 대규모의 병력을 이동시킬수 있을 정도로 넓고 크게 만들어져 있었다.
북한군이 기습용으로 또는 한국군·미군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전방에서 뿐이 아니라 군사시설 대부분을 지하화한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 곳곳에 퍼져있는 탄도미사일 기지는 산에 터널을 파서 이동식발사대(TEL)을 넣어둔 형
정찰위성과 무인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군의 선택은 지하터널일 수밖에 없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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