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혐의를 받아 차기 대선주자에서 피고인으로 추락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운명이 이틀 뒤 정해집니다.
오늘(12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모레(14일) 오전 10시 30분 마포구 법원청사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안 전 지사 사건의 선고공판을 진행합니다.
이번 선고는 지난 3월 5일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의 최초 폭로 이후 다섯 달 넘게 달려온 이 사건의 첫 번째 법적 결론입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이기도 했던 김씨를 상대로 작년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결단만 남겨둔 법원의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유죄 인정을 전제로 한 실형·집행유예·벌금형, 혹은 무죄 선고입니다.
그를 재판에 넘긴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징역 3년 이하의 선고에 대해서만 집행유예가 내려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징역 4년 구형은 집행유예를 배제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안 전 지사 측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혐의 중 추행 관련 부분은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부분은 그런 일이 있었음은 인정하되 합의에 따른 관계였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재판부는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이 사안 발생 자체에는 동의한 대목인 '간음' 관련 혐의에서 업무상 위력이 행사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위력 행사에 관한 판단은 안 전 지사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요소입니다.
검찰이 안 전 지사에게 적용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각 5년·2년·10년 이하입니다.
법원이 업무상 위력과 관련한 혐의를 인정한다면 강제추행 혐의도 함께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안 전 지사와 김씨의 지위상 차이에서 오는 위력의 존재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추상적 개념인 업무상 위력의 존재를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일단 그 존재가 확인되면 권력형 범죄였다는 점을 인정할 여지가 큽니다. 따라서 형량은 적을지언정 실형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은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업무상 위력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추행만 유죄로 보면 실형까지 갈 가능성은 작아집니다.
3개 혐의 중 강제추행의 형량이 가장 높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이 혐의만으로 인신구속에 이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이 없었는데 강제추행만 있었다고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벌금형은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 또 다른 선택지입니다. 3개 혐의 모두 벌금형 선고가 가능한 죄목입니다.
다만 안 전 지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무죄를 주장합니다. 이를 볼 때 죄질이 가볍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등에 내려질 수 있는 벌금형은 이 사안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양측 간 다툼이 큰 사안이라 무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씨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법원이 얼마나 폭넓게 인정할지가 관건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성범죄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쟁점이 풍부하고 큰 관심을 끈 사건"이라며 "재판부는 업무 특성이 개입된 일인지를 따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