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성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28일 공식 결정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신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정식 환경영향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사드의 연내 배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방부는 이날 환경영향평가 대상 부지로 미군 측에 공여한 '성주 골프장' 전체 부지를 선정했다. 지난 정부에선 사드 전체 부지 약 70만㎡ 가운데 일부인 약 32만㎡만 공여한 것으로 처리해 6개월 정도 소요되는 약식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민주적 중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합의 내용의 후속 조치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사드 완전 배치는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 속에 최소한 내년 후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현재 성주골프장에서는 사드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이 임시로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되어야 최종 배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공청회 절차를 포함해 10∼15개월 걸린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사드 배치가 한미 동맹의 결정이라는 입장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미측 요구를 고려해 이미 배치된 장비 운용을 위한 공사와 사드 운용에 필요한 연료 공급, 주둔 장병을 위한 편의 시설 공사는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주 시민과 사회단체가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사드 기지 연료 공급은 주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외교·국방 장관이 직접 관련 내용을 미국 측에 전하는 방법을 택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6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를 직접 접견해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27일 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이번 결정은 사드 배치 번복이 아닌 절차적 정당성 확보"라는 정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외교·국방 장관이 동시에 나서 미국에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드가 한미 동맹의 결정임을 중시한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사드 최종 배치가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사드 문제가 한미관계의 변수로 다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국방 채널을 통해 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6월 방한했던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도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만나 "사드는 한국인뿐 아니라 2만 8000여명의 주한 미군을 지키는 무기 체계"라며 사드의 조속한 배치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토머스 밴달 주한 미 8군 사령관 역시 지난 11일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철회 땐 한국민 1000만명이 위험에 노출된다"며 사드 조기 배치가 미국 공식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ICBM 위협 증가와 올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지속될 경우 실용적인 협상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사드 조기 배치 압박 또는 철회 요구를 할 수 있다.
유력한 주한 미국 대사로 꼽히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사드 배치 연기 결정에 대해 "찢어진 우산으로 북핵이라는 뇌우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사드 문제는 지속적으로 한미간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북핵 위협과 올해 하반기로 점쳐지는 트럼프의 방한, 중국의 사드 철회 요구라는 변수 속에 정부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건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는 과정일뿐 동맹의 결정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다"며 "사드 배치를 철회했다거나 후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 포대(레이더 1대와 발사대 6기)의 배치를 완료하는 건 환경영향평가 이후가 되겠지만 기존에 배치한 레이더와 발사대 2기는 임시로 운용하면서 북한의 미사일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그동안 진행해 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는 기간이나 진행 절차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평가협의회 심의, 평가서 초안 작성·협의, 주민 등 의견수렴, 평가서 본안 작성·협의 등 총 4개 단계의 협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의견수렴 과정에는 짧게는 20일, 길게는 60일이 걸리는 공고·공람과 설명회, 공청회 등이 포함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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