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인 광주고검장 사의 표명…"검찰 사기업이었다면 존립 기반 잃었을 것"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였던 오세인(54·사법연수원 18기) 광주고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오 고검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조직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 함께 작별을 고했습니다.
오 고검장은 "많은 분이 검찰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지금 검찰이 맞은 위기는 보다 근본적인 성격"이라며 "만약 검찰이 시장에서 동등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경쟁자를 가진 사기업이었다면 벌써 존립의 기반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에 보다 높은 품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해 수요자인 국민의 신뢰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급기야 경쟁조직의 설립이 거론되는 상황을 맞았다"며 "우리가 쌓아온 전통과 공업이 신뢰의 부재 속에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검찰이라는 공적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시장 불신의 원인을 짚어내야 한다"며 "지난 시기에 문제 됐던 사건들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서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됐는지를 국민의 시각으로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정당하고 떳떳하게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 검찰의 선차적 과제"라면서도 "인사제도의 개선 문제와는 별개로 조직으로서의 대한민국 검찰은 정의로워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인 제봉 고경명(1533∼1592) 선생의 '마상격문'(馬上激文)에 나오는 '옳은 도리로 패하는 자는 망하지 않는다'(善敗不亡·선패불망)이란 말을 인용하며 "우리 역시 옳은 도리와 정의가 요구하는 바른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난관을 이겨내고 다시 굳건히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 고검장은 검찰총장 후보 4인에 올랐지만, 연수원 동기인 문무일(56) 부산고검장이 결국
검찰 내 문 후보자의 동기 중 용퇴 의사를 밝힌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오 고검장이 처음입니다.
오 고검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젠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며 "당분간 특별한 계획 없이 여행 등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충전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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