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의 분기점마다 새 정부 손을 들어줬던 국민의당이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 이후 여당에 등을 돌리면서 정국이 급속 냉각되고 있다. 청와대가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3당은 강력한 대여(對與)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7월 임시국회가 ‘불임국회'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3당이 빠진채 전체회의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중심'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은 '부적격 인사' 장관 임명 등에 반발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로 예결위도 불참했다.
추경안 상정은 개의 정족수(5분의 1)만 채우면 되지만 심사에 착수해 예산안조정소위로 넘기려면 과반 찬성이 필요해 향후 절차를 진행하는데 차질이 예상된다. 예결위 위원 50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20명으로 가장 많지만, 절반을 넘지는 못한다.
민주당 소속 백재현 예결위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일부 의원이 불참해 위원장으로 참으로 마음이 무겁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여야를 떠나 민생을 위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1조2000억원 규모 추경안은 지난 7일 국회에 넘어왔지만 여야 대치 속에 한 달 넘게 계류 중이다.
앞서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부적격후보자 임명강행과 추경안 심사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민주당은 추경 등 현안에 야당의 조속한 참여를 촉구한 반면 야당 원내대표들은 인사청문 정국에서 정부와 여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여전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공전하니까 다시 국민의 맘이 타들어 갈 것 같아서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다"며 "6월 국회에 이어 만약 7월 국회도 '빈손 국회'가 된다면 국민의 실망이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제보 조작사건 관련해) 검찰이 조사하는 문제들은 검찰에 맡기고 청문회를 통해서 인사를 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며 "추경은 추경대로, 정부조직법은 정부조직법대로 해야 하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왔기 때문에 원내대표들이 결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미애 대표가) 오늘도 검찰에 지침을 줬는데 여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죽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어떤 국회 일정에도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우리 당에서는 (추 대표의) '추(秋)'자를 꺼내지도 말라고 한다. 우리 당은 '미애 대표'라고 하겠다"며 "미애 대표 본인이 미필적 고의로 기소됐을 때에는 '치졸한 정치공작'이라고 했다가 여당이 되니 국민의당에 보복성 야당탄압을 자행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도 국민의당의 '의혹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여당이 본말을 전도하고 있다며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을 다시 꺼내들어 맞불을 놨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혜가 본질이고 증거조작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본질이 아니다"며 "본질을 도외시하고, 곁가지 수사로 본질을 덮으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과잉충성 수사한다는 오해가 있다"며 "두 사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이 두 문제는 특검에 맡겨 결론을 내야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며 특검 실시를 요구했다.
보수야당들은 국민의당을 측면지원하면서 야3당의 대여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문재인 정부에 맞서면서 향후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검토하지 않는 분위기다.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을 10일로 재설정한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면돌파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국회서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다시 요청한 후 재송부 시한이 넘자 바로 임명절차를 밟은 바 있다. 청와대는 야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김 공정거래위원장과 강 장관이 국정수행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같은 전례가 있는만큼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 역시 임명을 마무리한 뒤 업무 능력과 성과로 국민에게 판단을 받겠다는 자신감이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까지 의혹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반발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결국 국민의당이 쪼개져 민주당에 일부 흡수되던지, 적정선에서 여당과 정치적 타협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범주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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