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정상회담 "북한 제재·압박 필요성 공감"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거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진행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찬회담에서 "북한의 ICBM 개발은 2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독일 베를린을 찾은 문 대통령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한데 이어 메르켈 총리와 한독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현재의 수준도 문제이지만,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다만 사거리는 늘었지만 정확도와 핵탄두 탑재 가능 여부는 미지수이고, 이 역시 2~3년 후쯤 가능할 것으로 판단할지 모르지만 지금 속도로 보면 안심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고 미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적 압박과 제재가 있어야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G20정상회의는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지만,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고려해 회원국의 공동결의를 담아내기 위한 의장국으로서의 관심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G20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 모든 회원국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과 유엔 결의 및 그 조치를 따라야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유엔 안보리에 맡기되 G20은 원칙적인 입장에서의 공동의지를 표명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된다. 국제적으로 강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진행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긴장감이 높아지다보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경고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출국에 앞서 문 대통령이 '무력 시위' 등을 언급하며 북한 ICBM 발사에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으로 대응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처럼 제재와 압박을 이어나가되 중·장기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문 대통령 구상인 셈이다.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수년 간 이란 핵 협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화와 협상이 없다면 군사적 리스크는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중국·러시아·유럽이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로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밤 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만찬회담을 끝내고 환송장에 나오자 총리실 담장 너머에 모인 교민들이 문 대통령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담장 쪽으로 100여m 걸어가 교민들과 악수하며 격려했고, 메르켈 총리 역시 문 대통령을 따라가며 함께 인사를 나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지켜본 독일 총리실 관계자가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메르켈 총리의 문 대통령에 대한 환대가 각별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서로를 배려한 덕분에 이날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초 70분으로 예정됐던 만찬 시간도 90분으로 늘었고, 문 대통령은 공동발표에서 독일어로 "구텐 아벤트(독일 저녁 인사)", "필렌 당크(감사합니다)" 등의 인사를 하며 메르켈 총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정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