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에 대한 군사위협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ICBM 요격용으로 구축하고 있는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를 북한의 ICBM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북한 ICBM이 발사될 경우 미군은 상승-중간-종말 단계 각각 3번의 요격 기회를 갖는다. 미군은 이를 위해 탐지레이더 및 이지스구축함과 미 본토의 요격미사일 기지를 이미 운용중이다.
미군이 동북아시아에서 운용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감시 레이더는 우리나라에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레이더 및 일본에 배치한 X밴드 조기경보레이더 2기 등이 있다. 경북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북한 지역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최단시간 내 탐지할 수 있다. 일본에 배치된 AN/TPY2 조기경보 레이더는 약 2000㎞까지가 탐지거리로 알려졌다. 미군은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탐지거리 4000㎞ 이상)도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 배치할 수 있다. 미군 군사정찰위성도 미사일 추진체가 내뿜는 화염을 감지해 발사 즉시 포착할 수 있다.
북한에서 ICBM을 발사한 상황이 이들 탐지장비에 포착되면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이 1단계로 ICBM 요격에 나선다.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이 서태평양에 전개돼 있다면 여기 소속된 이지스구축함도 동원된다. 이지스구축함에는 고도가 500㎞까지 올라가는 SM-3가 탑재돼있다. 미 이지스구축함이 동해에서 SM-3를 발사하면 북한 ICBM을 속도가 비교적 느린 상승 구간에서 요격 시도가 가능해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가 실패하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 지상기반 요격미사일(GBI)을 발사해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인 중간단계에서 요격한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32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4기 등 모두 36기의 GBI를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14기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지난 5월 30일 태평양 마셜 군도 부근에서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가상(북한)의 ICBM을 반덴버그 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태평양 상공 대기권 밖에서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1999년 이후 17차례나 미사일 요격 훈련을 했지만, ICBM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것이 처음인 데다 대기권 밖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ICBM을 쏘아 맞힌 것도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은 중간단계에
대기권에서 요격에 실패하면 미 본토에 배치된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이 종말단계에서 마지막 세번째로 요격에 나선다. 그러나 낙하하는 탄두의 속도가 마하 24에 이르러 사드로 요격하기에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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