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상조가 말랑말랑해졌다고 합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정책 질의에 대해서도 시종 온건한 태도를 유지했다.
'재벌 공격수'라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시민운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재벌 해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제가 시민단체에 몸을 담고 있던 지난 날에 비추어 재벌 개혁 문제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말랑말랑해졌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위원장이 된 뒤 '재벌 개혁'에만 집중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인사말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성공의 증거이자 보상이지만 경제력이 오·남용되는 것이 문제 "라면서 "일감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 등 잘못된 관행을 엄정하게 근절해야 하지만 조급하고 충격적인 조치들로 실현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하고 시장감시가 함께 작동하며 여러 제도간 보완이 이뤄질 때 (재벌 개혁이)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문위원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삼성은 뇌물죄가 분명하지 않냐'고 유도성 질의를 하자 "개별 기업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피해 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전속고발권은 현행대로 유지될 수 없다"면서 "다만 전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형사·민사·행정 규율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1981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뒤 공정위 내에 기업집단국 신설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선 "대기업의 새로운 사익 편취 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교수 신분일 때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민주당 당론과 어긋난다는 박용진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중간금융지주사 제도를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이 저인 것은 맞다"면서도 "자유로운 신분일 때는 개인 의견을 말했지만 이미 공정위원장 후보인 만큼 대통령 의견이나 (여당)당론과 배치되는 의견을 말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또 여당이 주장하는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선 "재벌의 공익법인이 아닌 경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합리적으로 규제 대상을 설정하면 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가 재벌개혁과 관련해 계속 온건론을 펴자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나서 "구조적 개혁이 아닌 행태적 접근만으론 부족하다"며 "과거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중소기업·영세 상공인에 공정한 기회 제공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대기업집단 경제력 오·남용 차단 ▲기업의 혁신경쟁 촉진 ▲소비자 권리구제 확충 등을 향후 공정위의 중점과제로 꼽았다.
[신헌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