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유권자에게 제시한 10대 공약 가운데 한반도선진화재단 소속 전문가들은 교육부 폐지·학제개편 등 교육공약에 주목했다. 4차 산업혁명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안 후보가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 화두를 함께 던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다만 학제개편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보다 철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비해 '5년 한시 청년고용보장' 공약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실효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업 자생력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민간 중심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는 안 후보의 정책방향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국정의 비효율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직업탐색형 고교체계 도입, 교과과정-직장 필수 역량 괴리 최소화
한국선진화재단 평가단은 26일 안 후보의 교육부 폐지·학제 개편 등 교육 혁명 공약에 대해 경제구조 변화를 고려한 참신한 교육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은 "학재개편 중 직업탐색형 고교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은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내실화하고 '묻지마 대학진학'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공약"이라며 "이를 통해 학교 학습과 직장 필수 역량의 괴리가 최소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출마 선언 초기부터 현재 6년(초등학교)-3년(중학교)-3년(고등학교)인 학제를 5(초)-5(중·고)-2(진로탐색학교·직업학교)로 바꾸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안 후보의 교육정책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줄곧 강조해오던 것으로 다른 어떤 공약보다도 안 후보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약으로 평가된다.
이용환 사무총장은 "교육혁명을 통한 창의교육 실현으로 4차 산업시대토대를 마련한다는 기본 방향은 좋아 보인다"며 "이를 위한 교육부 폐지, 10년 임기의 교육개혁위원회 신설은 정권변동에 불구하고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초·중·고등학교 과정에 치우친 교육정책을 평생교육으로 확장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 이사장은 "평생교육 확대와 직업훈련체계를 혁신한다고 공약했는데, 평생교육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등 준비가 나름 치밀하다"고 말했다.
◆내용은 좋지만… 학제 개편 필요성은 '의문'
다만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굳이 학제를 개편하는 등 제도까지 변경할 필요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한선재단 평가단도 의문을 제기했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는 "현행 교육 내용이 문제이지 교육부나 학제의 문제가 아니다"며 "혼란만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안 후보의 공약 대로라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5세(현재 만 6세)로 낮아지는데 학제개편이 시행되는 첫 해에는 만 5세와 만 6세가 동시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생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대해 안 후보 측은 학제개편에 따라 1년 더 빨리 입학하게 되면 12개월이 아니라 15개월 학생들을 한꺼번에 입학시킨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입학 대상이 된 만 5세 아이들을 4그룹으로 나눠서, 한해에 한 그룹씩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5년제로 바꾸면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이 동시에 중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안 후보의 과학기술 혁명, 창업혁명으로 미래 산업 창업국가를 완성한다는 공약은 경제발전 주체를 정부가 아닌 민간으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 후보는 그간 유세 등을 통해 "문 후보는 정부 주도로 일자리와 경제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경제발전은 민간이 주도로 하는 것이고, 정부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는 정책도 호평을 받았다. 이병혜 명지대 교수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정치개혁 필요성을 국민들이 요구하는데 타 후보에 비해 이러한 점에서 많은 공약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장관급 이상은 모두 국회의 인준을 받아 임명하도록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을 조정해 검·경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고 국민이 직접 헌법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발안제, 주민투표로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의원 국민소환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청년고용보장계획 실효성 떨어져… 세종시 확대는 행정비효율만 초래
그러나 한선재단 평가단은 안 후보의 5년 한시 '청년 고용 보장 계획'에 대해서는 일제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원기간 종료 후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지 알 수 없고, 중소기업에 대한 임금보전이 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근 한선재단 기획정책위원은 "이 제도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청년들의 고용을 정부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 사무총장은 "청년고용을 증대시키려면 고용의 주체인 기업활력을 도모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이 공약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2년 동안 1200만원(매달 50만원씩)을 지원해 연간 최대 10만 명, 5년 동안 50만명을 지원하게 된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공약도 혹평을 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를 위한 방안으로로 제시된 것이지만 그보다는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를 서울로 원상 복귀시키고 세종시는 연구도시, 제2정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도 "막대한 재원부담과 행정비효율을 고려할 때 행정부를 다시 서울로 옮기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 이사장은 "'큰 손'인 국민연금은 여러 상장기업들의 대주주인 만큼 자칫 기업 경영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거꾸로 국민연금 의결권의 제어장치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