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7일 페이스북에 "일부 악의적인 여론조사는 선거기간 내내 밴드왜건 현상을 노리겠지만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자체적인 조사에서는 이미 지난주부터 대반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4~5% 광적인 지지계층 만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국민 전체 여론조사인 양 호도하는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 앞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에서 조사한 양자 가상대결 결과 안 후보가 43.6%를 얻어 문 후보(36.4%)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상식적이지 않은 양자구도를 가정한 여론조사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양강 구도는 명확해지는 반면 양강의 우열은 갈수록 안갯 속이다. 여론조사는 현 시점에서 유권자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또 표심의 양축인 '밴드왜건'과 '언더독' 현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선거와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가 '갈지자' 결과를 쏟아내면서 유권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강인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물론 뒤처진 보수진영 후보들도 조사결과에 일희일비하며 그 유불리에 따라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공격하고 있다.
양강구도를 구축한 문 후보와 안 후보간 지지율은 최근 엎치락 뒤치락 혼전 양상이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이 14~15일 실시한 5자 대결 조사에서 문 후보는 36.3%로 안 후보(31.0%)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8일 조사와 비교하면 문 후보는 0.6%포인트 상승한 반면 안 후보는 6.5%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5~16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문 후보 38.5%, 안 후보 37.3%로 두 후보의 격차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 4~5일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3.5%포인트였다. 견고한 지지층을 보유한 문 후보와 달리 중도·보수 표심을 업은 안 후보는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조사라도 여론조사 기관별로 정반대의 결과를 나오기도 하고 같은 기관의 조사가 불과 일주일새 요동을 치기도 하면서 여론조사에 담긴 '진짜 표심'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론조사의 왜곡과 함정 때문이다. 샘플링에서 발생하는 오류가 첫번째다. 지난 9일 KBS-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불거진 샘플링 왜곡 논란이 대표적이다. 5자대결, 4자대결, 양자구도 모든 상황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제쳤다. 표본크기는 2000명, 유선전화 비율 40%, 응답률 15%로 조사방식은 일반 여론조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차이는 샘플링이다. 김재광 아이오와주립대 통계학과 교수는 "앞선 3월 조사에서는 유선 10만여명, 무선 12만여명을 접촉하는데 4월 조사에서는 유무선 각각 3만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무선전화의 국번이 60개에 불과해 사실상 임의전화걸기(RDD)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 유선전화를 활용하는 조사가 대부분 전화번호부에 기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노인 등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응답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 통계 전문가는 "유권자를 연령, 지역, 성별 등에 따라 비율대로 무작위 추출할 경우 국내 유권자 수에 비춰 최소 2500명만 여론조사를 하면 통계학적으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방식의 미세한 차이라도 여론조사 결과에는 태풍급 '나비효과'를 가져온다. 통상 젊은층 지지세가 많은 후보에게 유리한 무선조사와 보수 후보에게 유리한 유선조사간 최적의 비율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이다. 홍영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몇년전에는 유선전화 사용비율이 17% 정도여서 그 수준의 유선면접을 포함하는게 맞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90% 이상을 무선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는 유·무선 방식과 ARS·전화면접이 혼용된다. ARS는 통상 응답률이 형편없다. 하지만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이 꼭 ARS보다 반드시 낫다고 하기도 어렵다. 부동층을 줄이는데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ARS에 응답하는 유권자들은 적극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또 '숨은 표심'을 찾아내는데는 ARS가 유용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샤이' 유권자들이다. 홍영식 소장은 "응답률이 낮으면 여론조사 신뢰도를 의심하니 유선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고 ARS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화면접 비율을 높이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딜레마 때문에 질낮은 여론조사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질문방식 하나에도 여론조사의 결과는 천양지차다. 지난 9~10일 코리아리서치와 리얼미터가 조사한 양자대결에선 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KBS-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에선 안 후보가 49.4%를 얻어 문 후보(36.2%)를 크게 앞섰다. 반면 지방신문 7개사(리얼미터) 조사에선 문 후보가 47.6%를 기록하며 안 후보를(43.3%)를 오차범위내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발단은 질문방식이다. 코리아리서치센터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는 양자구도로 치러질 경우에는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리얼미터 질문은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후보 문재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연대 단일후보 안철수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다. '단일화'란 단어가 포함돼 상대적으로 보수후보에 거부감을 느끼는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같은 결과에 실제 여론이 흔들리는 부작용 때문에 표심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질문, 조사, 샘플링 방식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인덕 중부대 신문방송학과
[임성현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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