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약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쟁 후보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대선 레이스에서 1·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서로 상반되는 강점과 약점이 있다. 문 후보의 약점은 안 후보의 강점이고 안후보의 약점은 문 후보의 강점이다. 두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반드시 극복해야 할 4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넘어서야할 첫째 장벽은 '노무현 후계자' 이미지다. '노무현 후계자'라는 이미지는 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짐이기도 하다. 두번 연속 제1야당의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이었던 것은 노무현 후계자라는 정치적 자산 덕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패한 원인 중 하나가 노무현 후계자라는 이미지가 정치적 장애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7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지지그룹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데 노무현 후계자라는 이미지는 외연확장의 장애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 한계를 어느 정도 넘어서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도 문재인 후보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였기 때문에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다른 선택지가 없어 문 후보에게 몰표를 줬지만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와 표를 나눠가질 가능성이 크다. 호남 지역 반문정서의 뿌리는 과거 문재인 후보의 '부산정권' 발언이다. 국민의당은 선거 기간 호남지역에서 이 부분을 물고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는 포스터에 왜 '부산대통령후보'라고 인쇄하지 않았느냐"고 공격했다.
높은 비호감도도 문 후보 지지세 확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중앙일보가 15~16일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비호감도 조사를 한 결과 문 후보는 23.9%로 홍준표 후보에 이어 2위였다. 문제는 문 후보에게 비호감도를 가진 유권자들의 표가 현 시점에서 문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에게 몰릴 경우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낮은 점도 문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장년층은 특히 안보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북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안보위기에 문 후보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장애물의 극복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기위해 넘어야 할 첫번째 허들은 '국정운영 능력'을 국민들에게 증명해보이는 일이다. 안 후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선함'이라는 자산이 한편으로는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리즘'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안 후보는 정부조직·지자체 운영 경험이 부족하고, 국민의당도 의석이 40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오는 우려다. 실제 국민캠프는 국공립 단설유치원 공약발표 과정에서 혼선을 빚으며 성근 조직의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는 안 후보 측의 빈약한 인재풀에서 기인하다. 문 후보가 진보층 유력인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소화불량 상태라면,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안 후보 측은 인재 기근이 고민이다. 최근 지지율 상승으로 뒤늦게 외부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중량감과 신선함 면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섀도우캐비넷이 아닌 오픈케비넷을 주장하며 인재 대탕평을 해법으로 내놨다. 옅은 인재풀이 되레 인재를 널리 쓸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40석 중소 여당'에 대한 우려는 집권에 성공할 경우 바른정당과 민주당에서 상당수 의원이 흡수돼 '빅3 정당'을 이룰 것이라는 게 캠프의 속내다.
민주당의 조직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어떻게 방어할지도 높은 허들이다. 특히 2030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 후보 측이 인터넷과 SNS를 활용해 안 후보를 집중공격할 경우 21일 남은 대선에서 민심의 향방이 크게 좌지우지 될 수
결국 유랑민처럼 선거판을 떠도는 보수 부동층이 선거결과를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억누르고 중도보수를 규합한 후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투표장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뒷심이 안 후보에게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기철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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