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 회동의 키워드는 ‘협치’였다. 양당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DJP연대로 IMF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대로 두 거물 정치인의 제자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5일 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대통령 문하에서 처음 정치를 배웠고 나는 김종필 총재 밑에서 배웠다”며 “우리가 DJ와 JP의 문하생이니 잘 한 번 협치를 해봤으면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과거 IMF 경제위기 당시 DJP연대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협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우 원내대표는 “제 정치적 스승을 평가해주셔셔 감사하다”며 “합리적으로 잘 대화하고 협력해서 국회가 원만히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원내대표가 “우 대표님이 이한열 사건 때 연세대 총학생회장하던 시절 기자로 현장에 있었다”고 인연을 강조하자 우 원내대표는 “정 대표님은 정무수석 때도 야당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했다”고 치켜세우며 “20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향후 국정 운영의 큰 방향에 있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 우 원내대표가 “국민의 생활상을 해결하는 국회가 되어야 하고 그런 점에선 여야 따로 없이 최우선으로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운을 떼자 정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도 서민의 고단한 삶의 문제, 특히 청년들의 비명에 대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날 회동에선 양당 원내대표의 ‘넥타이 정치’가 또다시 주목받았다. 4일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대표와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러 가면서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계열 넥타이를 맸던 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 문하생인데 DJ가 노란색을 좋아하셨다고 해서 매고 나왔다”며 노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노란색은 김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의 색깔이기도 하다.
우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의 상징인 빨간색과 더민주의 상징인 파란색이 교차하는 사선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예방을 마친뒤 기자들을 만나 “경제위기를 현명히 대처한 김 전 대통령처럼 실사구시적 현실감각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겨 볼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지도부 인선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일요일인 8일쯤 수석부대표를 발표한다”며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위원장 선임이 지연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그는 “화이부동의 원칙을 지키면서 혁신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논의를 해보겠다”며 “혁신과 쇄신을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지켜보면서 소처럼 신중하게 걷겠다는 의미)’로 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목포로 내려가 연휴 동안 관망세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SNS를 통해 “두 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갖춰지면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이 되겠지만 저는 지난 4월 27일 추대돼 어제까지 8일간 할 말을 다 했기에 두 분이 하실 말씀을 하시도록 서울을 떠나있기로 했다”며 “저는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고 관망 모드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반면, 양당 원내대표와 호형호제하는 박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이어 “9일 우 대표께서 방문한다니 만나겠지만 3당 원내대표 회동일도 결정될 것”이라며 “거대 1,2당 속에 38석의 3당이니 위축도 되고 눈치도 보인다. 당분간 두분의 말씀을 듣겠다”고 덧붙였다.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