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두고 한일 양국이 9일 오후 서울에서 2차 협의를 한다.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열린 1차 협의에 이어 이뤄지는 이번 협의를 통해 한일간 양자 논의는 ‘본 게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협의에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탐색전이 이뤄진 만큼, 조선인 강제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가시화할지를 놓고 한일 양국이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의 출발선이 되는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결정문 원안은 이미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준비하라”고 일본에 권고하고 있다.
‘전체 역사’ 권고는 일본이 한정한 등재 시기(1850∼1910년)를 넘어 1940년대에 집중됐던 조선인 강제노동을 가리키는 만큼, 일본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기본 입장은 일본이 등재 신청한 23개 산업시설 가운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7곳이 세계유산에서 제외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재가 이뤄지더라도 결정문 원안보다 더 확실히 강제노동 사실을 반영할 수단이 담보돼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8일 “협상을 통해 (강제노동 사실을 보여 줄) 좀더 가시적인 것을 확보하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결정문 문안을 조선인 강제노동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더 구체화하거나, 일본이 할 조치를 한일 양국이 별도로 합의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는 일본이 취할 행동에 관한 문안이 들어가야 하며 또 일본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일본이 2차 협의에서 얼마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다.
‘전체 역사’ 표현과 관련해 일본은 1차 협의에서 권고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는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일본 측이 이번 협의에서 어느 정도의 입장과 방안을 가지고 나오느냐가 향후 사안의 향배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이달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가 3주가량 남아 일정이 빠듯하지만, 이번 협의의 진전 정도에 따라 향후 추가 협상이 있을
2차 협의에서는 1차 때와 같이 우리 측에서 최종문 유네스코 협력대표가, 일본 측에서 신미 준(新美潤)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 겸 스포츠담당대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신미 준 심의관은 협의 당일인 9일 오전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