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일상인 잘파(Z+Alpha) 세대 등장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노출, 일찍 브랜드 접해
K팝 · 메타버스 · 쇼츠에 익숙해져야
세상이 어찌나 빠르게 변하는지. MZ세대를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트렌드 서적을 읽고 자료를 찾았는데, 금세 또 다른 세대가 등장했다. ‘잘파세대’, 비즈니스 및 마케팅 측면에서 주요하게 살펴야만 할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 픽사베이 |
지금 우리 집에는 2019년생 아들 녀석이 함께 거주한다. 그는 최근 생일을 맞았다. 이제 만 4세다. 아직 ‘아기’라고 불러도 될 연배다. 이 아이에게 그 누구도 모바일 디바이스의 터치 및 슬라이드 사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부모 입장에서 이런 디바이스 자체로의 접근을 최대한 늦추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다. 하지만 그는 눈대중으로 이미 사용법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패드를 보면 손가락으로 터치를 하고, 화면을 쓸어 넘길 줄 안다. 식사 시간에 가끔 시청하게 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자기 손으로 직접 재생한다.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게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재하는 일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알파세대’다.
↑ 이미지=픽사베이 |
이 새로운 구분법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있다. 바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다. 밀레니얼은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이했다. X세대인 내가 인생의 2/3를 아날로그로, 현재까지의 1/3 인생을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체득하며 살아가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잘파세대는 오롯이 디지털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세상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밀레니얼은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았지만 잘파세대는 오롯이 디지털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 사진=픽사베이 |
아주 오래 전에는 TV 프로그램조차 24시간 방영되지 않았다. 자정 정도 되면 화면 조정 시간이 되었고,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시작했었다. 그러니 광고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조차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24시간 내내 TV 속 수백 개의 채널이 돌아가고, 각종 플랫폼에서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와 브랜드 광고들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새로운 세대론으로 대두되고 있는 잘파세대는 그런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왔고, 자라고 있는 세대다.
그러니 그들은 일찌감치부터 소비자로서의 자세와 잣대를 지닌 존재가 되었다. 이제 세상의 마케팅 전략은 두 축으로 돌아간다. 기존 세상에 익숙한 위 세대와, 완전히 새로운 인류로 거듭나고 있는 잘파세대. 이제는 많은 산업에서 잘파세대를 눈여겨본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합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전술을 시행한다.
↑ 그룹 뉴진스(사진 어도어) |
차이가 있다면 뉴진스의 멤버들은 각각 다른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됐고, 라이즈는 단체로 한 브랜드와 계약했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다섯 멤버들은 2004년에서 2008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이즈 일곱 멤버의 평균 나이는 약 21세다. 이 두 그룹은 잘파세대의 전형적 범주 구성원이다. 해외 유수 명품 브랜드들이 이 어린 아티스트들을 모델로 계약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바로 브랜딩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역사적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알리고, 그들을 미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인 셈이다.
↑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데뷔곡 ‘겟 어 기타’(Get A Guitar) 무대를 선보이는 라이즈(RIIZE)(사진 SM엔터테인먼트) |
잘파세대의 큰 특징은 MZ세대론에서도 주요 특성으로 인지되던 ‘취향’이다. 씀씀이는 곧장 취향에 부합되는가로 직결된다. ‘숏 콘텐츠’를 좋아하는 잘파세대는 완성된 콘텐츠 하나를 진득하게 끝까지 관람하지 않고, 심지어 하지 못한다. 결국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속에 삽입된 콘텐츠 형태의 소통이 더 잘 먹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잘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콘텐츠에 노출되었고, 앞선 세대가 이들 브랜드를 접한 시기보다 더 일찌감치 브랜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명품 브랜드들이 어린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는 목적성. 그건 바로 디지털 바이럴을 일으키고, 콘텐츠에 담은 메시지를 통해 고객층을 더 확장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 일러스트=픽사베이 |
우리 부부는 그에게 게임이라는 것을 알려주지도, 체험하게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또 유치원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게임이 무엇인지를 벌써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TV나 유튜브 속에서 실행되고 있는 게임 광고도 한몫 거든다. 아무튼 불과 네 살밖에 안된 녀석이 탁자 위에 손을 얹어두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듯한 시늉을 한다. 그게 게임이라며. 이처럼 게임은 잘파세대에게 아주 중요한 접점이 된다.
특히 제페토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세상에 마케팅이 침투했다.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구찌와 루이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도 일찌감치 메타버스 플랫폼 속에 자신들의 세계관을 창조한 바 있다. 실제로 그 속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상 세계 속에서 잘파세대는 자신만의 (가상) 명품 백을 구매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트레비스 스캇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기기도 한다.
↑ 이미지=픽사베이 |
“Z세대까지는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이해하려 하고, 알파세대는 당장 눈앞의 그 녀석에게서 배운다. K-팝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고, 메타버스라는 세상을 공부해야 하며, 짧은 호흡 속에 내러티브를 심어내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속에 삽입된 콘텐츠 형태의 소통이 더 잘 먹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사진=픽사베이 |
잘파세대뿐만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은 긴 것 자체를 인내하지 못한다. 무조건 짧아야 한다. 그런데 이목을 집중시켜야만 한다. 10초 내외의 러닝타임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풀어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래의 핵심 소비자군으로 이해되는 잘파세대는 기존 소비자들과는 조금 다른 소통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과거 TV 속에서 파란 눈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디올의 향수 광고를 봤을 때의 생경함과 경외심은 미래 소비자에게는 어쩌면 먹히지 않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같은 일차원적, 흔히들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속에 삽입된 콘텐츠 형태의 소통이 더 잘 먹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사진=픽사베이 |
최근 게임 및 캐릭터와 협업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X세대인 나를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 아님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또 다른 세대는 그것에 열광하고 있다. K-팝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고, 메타버스라는 세상을 공부해야 하며, 짧은 호흡 속에 내러티브를 심어내는 방법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