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 가장을 위협하는 질병 간암. 통계청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에 발생하는 전체 암 가운데 유병률 5위이며 사망률로는 폐암에 이어 2위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간암 사망률 1위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으니 간암은 그야말로 한국인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간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일반적으로 술과 담배 때문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실제 국내 간암 사례의 70%는 B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비 보균자보다 간세포암 발생률이 약 100배에 이르며 국내 인구 4.4%가 보균자로 집계된다. 나머지 요인은 술과 담배로 인한 간경변증과 당뇨병, 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이 차지한다.
간은 내부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분포하지 않기에 초기에 종양이 성장하는 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 검진을 받지 않는 한 눈치채기가 어렵다. 어느 날 간이 있는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복수가 차고,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 황달 등의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아가 보면 이미 간암이 치료가 쉽지 않은 단계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간암의 종양이 작거나 한 곳에 집중해있는 초기 단계인 경우 절제 수술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간암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종양이 간 내 여러 군데로 확산되고 타 기관으로 전이되어 수술로는 소용이 없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절개 과정 없이 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간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비수술적 치료법의 개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현재까지 다양한 치료법들이 개발되었으며 환자의 상태와 암 진행 상황에 맞춰 타 치료법과 복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 암 종양을 굶겨 죽인다, 간동맥 색전술
이미 간 내 암이 여러 군데 퍼져있어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 비수술적 치료법인 간동맥 색전술이 널리 쓰이고 있다. 간동맥 색전술은 간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통해 암 부위에 항암제를 투여한 후 색전 물질로 혈관을 차단해 선택적으로 종양을 괴사시키는 원리다. 간동맥 색전술은 시술 후 발열, 복통, 오심, 구토, 패혈증 등 부작용이 올 수 있지만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크게 제한이 없기에 적용 범위가 넓어 오늘날 간암 치료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크기가 작은 상태의 종양에 전극을 삽입해 고주파 열로 태워 죽이는 고주파열 치료 역시 5cm 이하의 종양에 주로 실시되고 있다.
◆ 부작용 심한 항암제... 대안은?
암세포가 타 장기로 전이되어 재발 가능성이 높을 시 남아있는 암 조직 제거를 위해 항암치료제가 투여된다. 그러나 구토와 손발이 부르트는 등 극심한 부작용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다가 항암제 반응율이 타 암종보다 떨어진다. 대표적 표적 치료 항암제 넥사바는 2~3개월의 생명 연장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복약 반응률이 떨어져 투약한 환자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더 높은 항암제 치료성적을 위해 새로운 약물이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항암치료의 대안으로 면역세포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수지상면역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에 암 항원을 전달, 해당 암 항원만을 공격하도록 지시하는 사령관 역할을 하는 세포다. 환자의 몸에서 수지상면역세포를 추출 후 인공 항원을 심어 대량 배양, 다시 환자에게 투여해 목표 암 항원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도록 한다. 면역세포치료는 항암치료의 고통스런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수술 등 타 치료와 병행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전이암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간암 환자의 새로운 희망,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
방사선치료의 경우 과거에는 간과 주변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입히는 부작용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 X선 이외에 양자선, 중입자선 등 새로운 방사선 치료기술이 등장하여 수술이나 고주파열 등 다른 치료가 곤란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양성자치료는 수소 원자핵의 소립자인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화해 암 조직을 파괴하는 반면 중입자 치료는 탄소이온을 빛의 속도의 80%까지 가속해 병소에 정확히 투척, 암세포의 DNA을 깨뜨리고 조직을 태워버린다.
기존 X선은 체외에서 조사했을 경우 몸 표면에 가까운 곳에서는 선량이 최대가 되고 체내로 들어갈수록 선량이 감소했다. 따라서 목표 병소에 충분한 손상을 주려면 얕은 곳에 있는 다른 정상 조직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었다. 그러나 양성자와 중입자는 조사시 체내의 목표 지점에서 에너지를 급속히 방출시키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정상조직 손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다.
↑ 중입자 암 치료기 |
특히 중입자선은 양성자선에 비해 생물학적 효과가 3배 강하고 저산소암과 방사선 저항성 암에 대한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간도 양성자는 통상 2개월 걸리는 데 비해 중입자는 최대 3주로 짧다. 일본국립방사선종합연구소(NIRS)의 임상사례에 의하면 간암 치료 시 양성자선은 치료횟수가 10~20회 필요한 데 비해 중입자 치료는 단 2회로 훨씬 짧았다. 3년 생존율도 양성자는 49~66%임에 비해 중입자는 77%로 상승했다.
양성자 치료의 경우 국내에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이 치료기를 운영 중이다. 반면 중입자 가속기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으며 2022년 세브란스 병원에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일본(5대), 중국(2대), 독일(2대), 이탈리아(1대)로 전 세계에 10대만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이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해외 중입자 치료 전문병원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전 세계 중입자선 임상사례의 90%를 보유한 NIRS의 경우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가 NIRS의 외래기관 입자선암상담클리닉과 정식 계약을 맺어 한국인의 중입자 원정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중입자치료지원센터코리아는 도쿄 뉴오타니호텔 내 입자선면역클리닉과 연계해 수지상면역세포치료 서비스 역시 제공, 암 정복을 위한 선진의료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세포배양 기술은 글로벌 세포배양 기관 메디넷이 지원한다.
◆ 최선의 대처법, 정기적 조기검진
간암 치료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치료성적도 향상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간암의 치료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낮은 조기 진단율 때문이다.
간암은 만성 B형간염 C형간염, 간경변증 등의 간암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므로 이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6개월 단위로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