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환아 심장과 연결된 인공심장을 살펴보는 의료진 |
- 인공심장이식, 생명 유지 수단 아닌 '치료' 가능성 열려
- 국내 첫 청소년 체내 인공심장이식술 성공…생존 넘어 ‘삶의 질’ 향상 도모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의료진들이 ‘좌심실 보조 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LVAD)’ 이식으로 1세 아이의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박영환 ·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와 정조원·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입원한 영아와 여중생 두 환자가 ‘인공심장’ LVAD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혈액순환 저하로 폐·간·콩팥 등 각종 장기가 기능을 잃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으로 현재까지는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LVAD 이식이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머물렀던 것을 넘어 근본적인 심장 ‘치료’에 성공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에 대한 체내 LVAD 이식에도 국내 최초로 성공하면서 소아‧청소년 인공심장이식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생명 연장 수단’에서 ‘치료’로…소아 LVAD 이식술 전환점 마련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후송된 1세 여아 이해인(가명)은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이하로 떨어져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심장과 폐기능을 대체할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없이는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교수· 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LVAD 이식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 지난 1월 8일 이식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해인이는 심장기능이 차차 상승하면서 몸이 붓는 증상이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했다. 또래와 같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정상적 발달과정을 거치고, 소화기능도 회복돼 입원 시 6.5㎏이던 체중도 9㎏까지 늘었다.
수술을 집도한 박영환 교수는 “이제까지 LVAD 이식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유지의 연결 고리’의 역할에 그쳤으나, 해인이의 사례로 상실된 심장기능의 회복을 촉진시켜 정상생활로 복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해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성공적 수술과 더불어 맞춤형 약물치료와 적극적인 간호가 뒷받침 돼 좋은 예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조원 교수도 “앞으로 주기적인 검진과 약물치료 병행으로 심장이식 없이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치료 목표”라고 말했다.
◆ 청소년 대상 국내 최초 체내 LVAD 이식 성공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청소년 환자에게 성인과 같이 체내에 LVAD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심장이식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다른 청소년 환자와 달리 14세 ‘최지선(가명)’ 양은 지난달 17일 퇴원해 2학기부터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성인 환자는 몸 속 공간이 충분해 LVAD를 안으로 넣고, 몸밖에 휴대폰 크기의 동력 및 조절장치를 차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은 몸속 공간이 부족해 좌심실의 심장혈관(대동맥)을 몸밖에 있는 LVAD 장치와 튜브로 연결해야 한다. 이 경우 동력과 제어장치가 달린 3단 서랍장 크기의 장비도 같이 연결해야 해 활동이 크게 제한된다. 최 양의 사례는 이러한 그간의 소아‧청소년 대상 LVAD 이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한다.
지속된 흉통과 구토증상을 보이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입원한 최 양에 대해 의료진은 생존을 넘어 친구들과 예전처럼 다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지속적 협의 끝에 성인형 LVAD
세브란스병원은 고난이도의 수술뿐만 아니라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이번 영아와 여중생에 대한 LVAD이식을 위해 병원 자체 후원금과 한국심장재단을 비롯한 외부 후원기관의 적극적인 연계로 각각 1억원 이상의 진료비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