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파지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주목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가 이유 없이 떨리거나 움직임이 둔해진 것 같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파킨슨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수는 2010년 6만1556명에서 2014년 8만5888명으로 5년 동안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파킨슨병 환자의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백세시대 제2의 인생을 열고자 하는 중장년층의 삶을 가로막고 개인적,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와 부담을 지운다.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에 존재하는 흑질이라는 부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크게 떨림증, 근육 경축, 느린 동작, 자세 불균형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뇌에 도파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증상이 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뇌의 도파민 농도가 80% 이상 감소할 때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병의 증상을 처음 느낄 때에는 파킨슨병이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됐다고 봐야한다.
◆파킨슨 치료…‘오토파지’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특징 때문에 파킨슨병은 조기진단이 어렵다.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어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 노환이나 기력쇠약 등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명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여 도파민 분비가 저해되는 것도 원인중 하나로 추정된다. 현재 파킨슨병의 치료약은 개발된 바가 없다.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이 있지만,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고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도파민 부위와 관련된 뇌를 자극해주는 수술 역시 치료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최근 ‘오토파지’(자가 포식 기능)가 파킨슨병 치료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토파지란 세포 스스로(Auto)가 잡아 먹는(Phagy) ‘자가 포식 기능’으로 세포의 노폐물이나 독성 단백질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세포의 ‘재활용 시스템’이다. 사람이나 식물 등 세포에 핵이 있는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명현상이다.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교수는 지난해 오토파지 활성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15개를 발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 오스미 교수는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발견한다면 파킨슨이나 치매, 암과 같은 난치병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MBN) |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않으면 집안이 아수라장이 되듯, 우리 몸에 노폐물이 쌓이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같은 원리로 오토파지가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세포소기관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파킨슨이나 치매 및 암의 원인이 된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오토파지를 특정 질병이나 부위에 활성화시켜 노폐물과 단백질 찌꺼기들을 제거한다면 퇴행성 신경 질환이나 암,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토파지 활성화”…신약 후보 물질 ‘Brain-DAP’
국내에서도 ‘오토파지’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는 세포내 오토파지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 퇴행성뇌질환 천연물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냈다. KIST 양현옥 박사팀이 개발한 ‘Brain-DAP’은 자가포식기능을 통해 정상 신경세포는 보호하고 세포내의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 응집체를 제거해 도파민 분비를 정상화함으로써 항파킨슨 효과가 있다.
‘Brain-DAP’은 천연물인 용안육복합추출물로 구성된다. 동물효능시험에서 파킨슨 질환 개선 효과를 확인했고,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식약처로부터 파킨슨 질환에 대한 2상 임상시험 계획(IND) 승인을 받아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는 이 같은 기술을 지난해 4월 ㈜메디헬프라인에 이전하고, 연구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신약 개발은 물론 오토파지 활성화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인지기능개선식품 비답(B. DAP)을 출시해 퇴행성 뇌 질환 정복에 앞장
양현옥 박사는 ”Brain-DAP를 기반으로 한 임상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치매와 파킨슨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며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대해 오토파지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전진 매경헬스 기자 [ ist1076@mkhealt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