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및 암 진단을 위한 정밀의학이 차세대 의료서비스로 떠오르며 이에 따른 의료계 패러다임 변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의료계 전문가들이 암 정밀의학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면서 연구개발 노력을 적극 펼치고 있다.
암 정밀의학이란 암 위험성 예상 반응을 두고 환자 개개인에 대해 어떤 치료제가 효과적인지 파악한 후 처방하는 개인 맞춤형 의학 모형을 말한다. 통상적인 의료 기준 대신 환자 개개인만의 기준을 설정한 후 정확하고 개별적인 치료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최적화된 맞춤형 암 치료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협약을 맺고 암 치료 및 진단 분야 내 정밀의학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례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테라젠이텍스, 암 정밀의학 시장 선점 위한 日 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
유전체 연구 및 분석·진단 솔루션 선도기업 '테라젠이텍스(대표 황태순, 이하 테라젠)'는 최근 일본 암 백신 및 표적항암제 개발 전문 기업 'OTS(OncoTherapy Science Inc.)'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협의했다.
테라젠의 파트너인 OTS는 면역요법 치료제인 암 백신 개발의 선두 기업으로 지난 2001년 도쿄 의대 의과학 연구소 휴먼 지놈 연구센터장인 나카무라 유스케 교수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양 사는 지난 14일 금요일 일본 도쿄 TKP 컨퍼런스 센터에서 합작회사 설립을 골자로 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테라젠 기술총괄 부회장인 김성진 박사와 OTS 나카무라 교수가 참여해 합작회사 설립 취지 및 진행 상황, 향후 계획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 [사진 : 테라젠과 OTS 주요 임원들이 기자간담회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좌측부터 최고과학책임자(CSO) 박재현 박사, 나카무라 유스케 교수, 의료총책임자(CMO) 모리 다카히로 박사, 야마모토 카주오 대표이사(이상 OTS), 황태순 대표이사, 김성진 박사, 유종상 박사(이상 테라젠)] |
신설 합작회사명은 'CPM(Cancer Precision Medicine Inc.)'이다. 테라젠과 OTS는 각각 36%, 64%의 지분율로 투자를 실시해 이달 말 CPM을 본격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CPM의 대표는 모리 다카히로 OTS 의료 분야 최고경영자(CMO)가 맡는다. 이사회는 OTS 지명이사 4명, 테라젠이텍스 지명이사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양 사는 CPM을 암 관련 정밀의학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각오다.
이번 합작회사 설립 협약을 적극 추진한 테라젠 김성진 박사는 유전체 연구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암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개인 유전체 염기 서열을 완전 해독하여 눈문을 집필,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다섯 번째 사례로 꼽힌다. 김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 연구소 종신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2년 호암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 중인 나카무라 교수는 동경대 의대 교수, 일본 유전체 연구소(Human Genome Center) 소장, 리켄(RIKEN) 유전의학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나카무라 교수는 암 발병 유전자 돌연변이 중 가장 잘 알려진 APC, BRCA, p53 등의 종양 유전자를 최초로 밝히는데 공헌한 의사 겸 세계적인 석학 연구자다.
↑ [사진: OTS 나카무라 교수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합작회사인 CPM의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
CPM은 암 환자 유전체 분석 및 맞춤형 암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테라젠은 암 환자 별 암 유전체 분석 및 액체생검 기술을, OTS는 암 환자의 특이적 신항원 발굴부터 신항원에 공격력을 갖는 자가면역계 활성용 암 백신개발 기술을 선보인다.
우선 1차적으로 일본 암 진단·치료 시장을 타겟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CPM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암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전자 기반 맞춤형 암 치료, 암 진단으로 정밀의학 구현
CPM의 주요 솔루션 중 하나인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은 기존 조직 생체 검사보다 위험도가 낮은 비침습적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말초혈액 속에는 암 세포 잔해라 할 수 있는 DNA 조각이 돌아다니는데 액체생검의 경우 이를 찾아내 암을 진단해내는 기술 원리가 적용돼 있다.
특히 소량의 혈액만으로 암세포 DNA 분석이 가능해 암 진단·재발 여부 등을 정밀 검사할 수 있는 최신 기술로 꼽힌다. 테라젠은 이미 액체생검 분야에서 '온코체이서(OncoChaser)'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PM이 개발 중인 유전자 기반 맞춤형 암 백신은 기존 항암의약품의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포인트다. 기존 항암의약품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오프타켓(Off-Target)'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로부터 유래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 내 정상조직까지 백신의 타겟이 될 수 있어 독성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CPM의 유전자 기반 맞춤형 암 백신은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암 환자 개개인의 특징적인 신항원(Neoantigen)만을 파악한 후 이에 대해서만 공격력을 갖도록 면역계를 활성화시킨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7월 최신호를 통해 유전자 기반 맞춤형 암 백신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미국 하버드-다나파버 암 연구소와 독일 요하네스 쿠텐베르크대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재발 가능성 높은 흑색종(melanoma)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기반 맞춤형 암 백신 치료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외에 폐암, 방광암 등 기타 암종에 대해서도 유전자 기반 맞춤형 암 백신 효과 검증을 위한 연구가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테라젠
원진재 매경헬스 기자 [ wjj12@mkhealt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