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2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공식 종식' 선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날 "조금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오늘 메르스 공식 종식 선언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메르스 양성 상태인 80번 환자(35)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낮은 만큼 감염 우려는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방역당국은 당초 80번 환자가 처음 완치 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28일 후인 이날 자정을 기해 공식 종식 선언을 할지 여부를 검토했었습니다.
방역당국은 지난 26일 세계보건기구(WHO)와 가진 메르스 상황 관련 자문회의에서도 WHO로부터 "80번 환자의 유전자 검사치가 음성과 2양성의 경계치에 있어서 유행(outbreak)의 일부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습니다.
WHO는 회의에서 80번 환자에 대해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extremely low)"고 말하며 현재 상황에 대해 "메르스의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메르스 양성 판정자가 남아있는 데다 사실상 국민이 메르스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간 상황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실익도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결국 공식 종식 선언을 미루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0번 환자는 메르스 유전자 검사(PCR)에서 24시간 간격으로 2회 연속 음성이 나오면서 지난 1일 '완치' 판정을 얻었지만 12일 실시된 재검사에서는 다시 양성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는 현재도 양성과 음성이 번갈아가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악성 림프종'을 앓고 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항암제를 투여한 까닭에 면역력이 떨어졌고 이 때문에 메르스 감염 상태가 오래 유지됐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80번 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 수치는 음성과 양성을 판단하는 기준점 주변에 머물고 있다"며 "한번 재양성 판정을 받은 만큼 다시 완치 판정을 할 때는 전보다 더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메르스 감염 상태(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에 있는 환자는 80번 환자 1명 뿐입니다. 완치 판정을 받아 격리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병원에서 후유증 혹은 기저질환 치료를 받는 환자(80번 환자 제외)는 4명이며, 이 중 74번 환자 1명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이날 종식 선언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방역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80번 환자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0%'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양성 판정이 나온 것은 호흡기에 있는 세포들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이 떨어져 나오면서 유전자 검사의 수치가 올라갔기 때문일 뿐, 메르스 바이러스가 살아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감염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종식 선언'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언제든 '발발(Outbreak)'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종식 여부에 얽매이기보다 튼튼한 방역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파 가능성 해소'라는 표현은 감염·전파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전염의 종식(end of transmission)'이라는 표현은 유행의 종식을 뜻한다"며 "WHO는 해외 유입을 통한 새로운 메르스 유행이 언제나 가능하므로 '종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메르스 상
정부는 이미 지난 7월28일 국무총리 담화를 통해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하고 국민에게 일상생활을 정상화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