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는 엔진의 배기량과 크기를 줄이고 터보차저 등의 기술로 출력과 효율을 높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날로 치솟는 기름값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보호가 주된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배기량이 높은 차들은 존재한다. 이 차량들을 ‘기름 먹는 하마’, '환경파괴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 저마다의 이유는 있다.
온라인 자동차전문지 탑라이더는 21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입·국산 승용차의 배기량을 조사했다. 배기량이 높은 차종을 선별한 결과, 수입 대형차나 스포츠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배기량이 높은 수입 대형차들은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이름만 들어도 입이 쫙 벌어지는 초대형 고급 세단이다. 이 차량들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 높은 배기량의 엔진을 썼다기보다 크고 무거운 차체를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빠른 속도는 부가적으로 얻게 된다.
또, 페라리 599,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등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을 사용하는 스포츠카들이 높은 배기량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래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배기량이 높은 차 TOP10.
◆ 10위 : 마이바흐 62 제플린 - 5980cc
국내 대기업 회장이나 연예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초대형 고급세단인 마이바흐 62 제플린은 5980cc V12 바이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배기량이 높은 만큼 성능도 뛰어나다. 최고출력은 640마력, 최대토크는 101.9kg·m다. 연비는 리터당 5.2km다. 길이가 6m가 넘고 무게가 3톤에 가깝기 때문에 높은 배기량의 엔진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벤틀리의 컨티넨탈 시리즈는 5998cc 엔진을 사용한다. 12기통의 트윈터보 엔진은 575마력의 최고출력과 71.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연비는 리터당 4.8km로 알려져 있다. 컨티넨탈 시리즈는 모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4.5초정도면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는 순발력을 지녔다.
스포츠카의 상징인 페라리도 높은 배기량을 지녔다. 페라리 599는 이름그대로 5999cc 엔진이 장착돼있다. 터보차저 없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높은 배기량은 필수다. 599는 최고출력 570마력, 최대토크 55.1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는 리터당 5.2km 어디까지나 공인연비다.
높은 배기량이라고 하면 주로 미국차가 떠오른다. 미국의 머슬카들은 높은 배기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가장 미국적인 차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캐딜락의 고성능 세단 CTS-V와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의 배기량은 6162cc에 달한다. 성능은 우수하지만 연비는 안좋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모델 중 걸윙도어의 SLS AMG와 E63 AMG가 6208cc의 배기량을 지녔다. C63 AMG나 CLS63 AMG 등도 같은 배기량이었으나 다운사이징으로 인해 배기량이 줄었다. E63 AMG에도 새로운 엔진이 장착돼 배기량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페라리 FF가 페라리 차량 중 가장 높은 배기량을 지녔다. 페라리 최초의 4인승 모델인 FF는 6262cc V12 직분사 엔진이 장착돼 660마력의 최고출력과 69.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연비는 리터당 6.5km에 달한다.
아우디 A8 중 가장 상위 모델에는 6299cc W12 엔진이 장착됐다. 배기량이 높은 엔진이 장착돼 다른 A8 모델보다 빠른 가속능력을 확보했다. 최고출력은 500마력이나 최대토크는 63.8kg·m에 달한다. 대형 세단임에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면 충분하다.
대표적인 대형 명품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에는 크고 무거운 차체를 이끌 충분한 엔진이 필요하다. 6592cc V12 엔진은 큰 덩치의 차량을 부럽게 움직인다. 최고출력은 563마력, 최대토크는 79.0kg·m에 달한다. 제조사는 리터당 7.3km의 연비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 팬텀 시리즈가 고스트 시리즈보다 다소 높은 배기량의 엔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배기량만 높을 뿐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 연비 등이 고스트 시리즈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승용차 중에서 가장 높은 최대토크를 가지고 있는 벤틀리 뮬산이 배기량도 가장 높았다. 뮬산에는 6752cc 엔진이 장착됐는데 특이한 점은 8기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엔진 실린더 한개 당 400~500cc가 업계에서는 평균적인 수치다. 하지만 뮬산은 실린더 한 개 당 무려 800cc를 넘는다. 뮬산의 최고출력은 512마력, 최대토크는 104.0kg·m에 달한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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