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곡소리가 아이티를 덮었습니다.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엔 꽃 한 송이조차 없었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 무더기의 시체가 구덩이 속으로 묻힙니다.
추모객도, 묘비도, 십자가도.
이들에겐 사치입니다.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
마지막 가는 길이 살처분된 가축들 같은 처지여서 안쓰럽습니다.
배웅해 줄 가족이 있는 이들은 그나마 행복합니다.
▶ 인터뷰 : 아이티 주민
- "병원 장례식장에 갔지만, 빈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는 중입니다."
부두교 의식에 따라 십자가를 세우고, 촛불을 켜고, 술을 따릅니다.
망자에게 웃으며 마지막 노래도 불러 줍니다.
이렇게 밝게 웃을 일이 또 있을까 합니다.
아버지가 딸을 묻습니다.
눈물을 삼키며 마지막 기도를 올립니다.
무덤을 막고 돌아서는 순간.
가족들이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이티의 푸른 들판에 십자가가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아이티 사람들의 가슴 속에도 하나둘씩 십자가가 꽂힙니다.
MBN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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