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이승환 기자] |
오픈뱅킹은 은행의 폐쇄적인 송금·결제망을 오픈 API(표준화된 은행 기술기반) 형태로 핀테크 기업에 개방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간편송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18개 시중은행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휴를 맺어야 했고, 고객이 이체를 할 때마다 건당 400~500원의 높은 이용료를 부담해야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연간 펌뱅킹 수수료 부담액은 올해 6월 기준 각각 약 600억원, 400억원에 달했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비용 지출이 커지는 부담스러운 구조였다.
금융당국 주도로 올해 2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 발표 후 업계 협의 끝에 도입된 오픈뱅킹은 각 은행의 잔액, 거래내역 조회뿐 아니라 입·출금 이체를 포함시켰다. 일일이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고객 본인이 동의만 하면 특정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은행 앱에서 국내 18개 모든 은행 계좌를 연동시킬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이 부담하던 펌뱅킹 이용료도 10분의 1~2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무료 송금 건수를 현행 월 10회 수준에서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핀테크 플랫폼 핀크는 고객이 한 번의 실행만으로 최대 5개 계좌에 지정한 금액을 무료 송금할 수 있는 다중 송금 '내 계좌 간 이체'를 선보인다.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적금, 비상금 등 용도에 따라 이른바 '통장 쪼개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핀크 계좌를 활용해 1개의 체크카드와 여러 은행 계좌를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한카드와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 소비자로선 이전에 핀테크 업체가 일일이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실현시킨 방식과 오픈뱅킹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향후 데이터 3법 개정 등으로 도입될 데이터 산업과 연계하면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 패턴 분석 △통합 자산 관리 등 고도화된 맞춤형 금융 서비스 도입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자산관리 핀테크 알다의 김형석 대표는 "간편송금 서비스 등 구축 비용을 절약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며 "핀테크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혁신 경쟁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업체로선 기회이자 위기"라고 평가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서 "오픈뱅킹은 금융사 간 벽을 허물고 경쟁적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금융의 미래 모습은 모든 금융권이 개방형 혁신에 참여하는 오픈 파이낸스"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산업·전자금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스트럭처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참여 기관을 저축은행, 상호금융, 우체국 등 제2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현실화된 잔액 조회·자금이체 기능 외에 타행 대출 조회 등 다양한 기능을 붙여나갈 방침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오픈뱅킹이 지속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