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정말 당황스럽겠죠. 궁박함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해도 합의를 했으면 상대 어른을 처벌할 수 없는 나이 기준이 만 13세입니다.
투표권만 해도 18세는 아직 어려서 안 된다며 만 19세로 정해놓고는 유독 성관계에 대해서만 13세 정도면 성숙하다고 보는 건 이중 잣대란 지적이 많았고, 그래서 아청법을 개정했죠. 만 13세부터 16세까지도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요.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붙었습니다. 피해자인 아이가 반드시 '궁박한 처지'여야 범죄가 성립된다고요.
궁박한 처지일 때만 처벌할 수 있다니…. 세상에 궁박하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까요? 궁박하다는 건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것으로 경제적, 정신적, 심리적 원인이 다 섞여있는 애매모호한 표현인데, 이걸 객관적으로 증명하라니요.
가해자가 아동 성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상황이 궁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죠. 아이가 궁박하지만 않다면, 궁박하더라도 이를 몰랐다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호를 오히려 법이 가르쳐 주는 셈이 됩니다. 13세다, 16세다 기준을 정하는데 사회적 논의 과정도 부족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아동의
'성적 동의 연령'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우리보다 연령을 높였고요.
몇 살이 정답이다, 무조건 나이를 올리자는 게 아닙니다. 그 옛날 50년대에 만들어진 기준보다는 이제 우리 사회에 맞는 현실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왜 우리나라 아이들만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성적으로 조숙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도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