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개 전기 도살, 시대·사회 인식 고려해 다시 판단해라"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죽이는 도살방법이 동물호보법에서 금지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에 대한 사회적 통념 등을 고려해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13일 개농장주 이모씨(66)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필요한 심리를 더 하라"는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도살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함에도 원심은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동물에 대한 시대·사회 인식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경기도의 한 농장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입부위에 대서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여 마리의 개를 도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잔인'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정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하급심에서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함을 평가했던 것에 비해 (상고심에서는) '동물의 입장'에서 겪는 고통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인정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