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나마 특활비를 전면 폐지하겠다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또 다른 걱정이 앞섭니다. 벌써부터 대신 '업무추진비'를 늘리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정말 업무추진비가 부족한 건지도 따져봐야겠지만 국회가 못 미더운 이유는 이 업무추진비도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업무추진비는 공무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공개가 원칙이죠. 그래서 행정부도 사법부도 모두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는데 국회만 또 유일하게 비밀입니다. 이러니 국회의 특활비 폐지 선언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거죠.
이번 기회에 확 뜯어고쳐야 할 특활비는 국회만이 아닙니다. 사법부를 볼까요? 양승태 대법원 시절인 지난 2015년부터 사법부엔 연간 3억 원의 특활비가 지급됐습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게 매달 꼬박꼬박 수당처럼 나갔죠. 대법관들은 월평균 100만 원의 특활비를 받아 갔고요. 하지만 정상적이라면 대법관들에게 용처를 밝히지 않는 특활비가 왜 필요한지 납득하기 어렵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거나 일시적으로 모면할 궁리만 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구차미봉'이란 사자성어입니다. 공직자라면 '이 구차미봉을 버려야 나라가 산다'는 박지원 선생의 깊은 가르침을 바로 지금 다시 한 번 되새겨봤으면 좋겠습니다.